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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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을 지켜본 의전 전문가들은 국력이나 정상의 나이 등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지만 양 정상이 대등한 관계로 보이도록 세심히 배려한 흔적이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우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회담장에 먼저 도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배려하는 듯한 모양을 갖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현지시간으로 오전 8시께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을 떠나 회담장인 센토사섬의 카펠라 호텔로 향했다. 이어 10분 정도 지난 오전 8시 12분께 김 위원장이 숙소인 세인트리지스 호텔에서 전용차량을 타고 카펠라 호텔로 떠났다.

양 정상의 숙소는 불과 57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회담장 입구에 도착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회담장 입구에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 김 위원장이었다.

반대로 양 정상이 이날 오전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상석'을 양보하는 모양새가 보였다.

정상 의전에 정통한 외교관에 따르면 정상회담이나 외교장관 회담에서 두 사람이 앉거나 걸을 때 그들의 정면을 보는 사람 입장에서 왼쪽이 '상석'이다.

보통은 회담을 개최하는 국가 측 인사가 오른쪽에 앉고, 손님을 왼쪽, 즉 상석에 앉게하는 것이 외교 관례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 복도를 이동할때와 단독 회담을 할 때 김 위원장에게 왼쪽 자리를 내 주고 자신은 오른쪽에 자리 잡았다.
또한 회담장에 들어설 때나 사진 기자들 앞에서 포즈를 취할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팔을 가볍게 터치하며 손님을 맞이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해 눈길을 끌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처음 악수했을 때 한 쪽이 먼저 와서 상대를 기다리는 식으로 하지 않고 서로 상대에게 다가가서 악수하도록 조율한 것도 '대등한 관계'로 보이게 하려는 배려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한 의전 전문가가 밝혔다.

이와 함께 한 정부 관계자는 "나이가 훨씬 많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팔을 건드리는 등 '스킨십'을 할 때도 예의에 어긋나 보이지 않게 하려는 것 같았고 김 위원장도 당당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신경을 쓰는 것처럼 보였다. 미리 양 정상이 훈련과 준비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상의 회담장 도착 시간 등도 정교하게 시나리오를 짜서 훈련한 것 같다. 전반적으로 양 정상과 수행원들이 우왕좌왕 하지 않았고, 행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 듯 했다"고 말했다.

양국은 정상회담 보름 전인 지난달 28일, 정상의 의전을 책임지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과 조 헤이긴 백악관 부 비서실장을 싱가포르로 파견해 치밀한 조율을 진행했다. 김 부장과 헤이긴 부실장은 각자 자국에서 복수의 정상을 보좌하며 의전 업무를 다년간 해온 베테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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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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