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잊고 책 속에 풍덩… '북캉스'의 계절이 왔다
다가오는 휴가철, 목적지가 어디든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는 데 책은 필수다. 12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17년 6월1일~2018년 5월31일) 온·오프라인 월별 도서 판매 비중은 신학기 학습서 구매 효과가 큰 3월(10.9%)이 가장 높았다. 선물 수요가 늘어나는 연말(12월 9.3%)과 연초(1월 9.1%) 다음으로는 여름 휴가철인 7월(8.9%)과 8월(8.8%)의 판매 비중이 컸다.

트렁크에 넣어갈 책을 고르는 게 고민이라면 매주 수십 권을 읽는 서점 상품기획자(MD)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방법이다.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예스24와 인터파크도서의 분야별 MD들에게 올여름 ‘북캉스(book+vacance)’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책을 추천받았다.

온·오프라인 주요 서점 네 곳의 MD가 꼽은 책들은 주로 올해 선보인 신간이 많았다. 그중 중복 추천된 책은 인문·교양서로,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가 쓴 《어디서 살 것인가》가 유일했다. 일상과 관련된 건축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내 휴가지에서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위 잊고 책 속에 풍덩… '북캉스'의 계절이 왔다
이익재 교보문고 MD는 “학교와 사옥, 상가 등 주변 공간을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해 멀리 떠나지 않고도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소개했다. 공현숙 인터파크도서 MD는 “색다른 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어떤 공간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경영 분야에서는 올해 가장 뜨거운 주제인 ‘플랫폼’이 공통분모가 됐다. 권미혜 인터파크도서 MD는 나타카 미치아키의 《아마존 미래전략 2022》, 한유선 교보문고 MD는 스콧 갤러웨이의 《플랫폼 제국의 미래》를 추천했다.

양찬 예스24 MD는 《흐름이 보이는 세계사 공부》를 꼽으면서 “경제의 맥락을 한 권으로 파악할 수 있으면서 각 장이 간결하게 구성돼 있어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는 무더위 속에서도 책장이 잘 넘어간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부자에 대한 열망을 자극하는 제이 새밋의 《파괴적 혁신》이나 롭 무어의 《머니》로 결의를 다지거나, 알렉스 수정 김 방의 《일만하지 않습니다》로 재충전과 휴식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도 있다.

그저 머리를 식히고 싶다면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리틀 포레스트 1, 2》나 사노 요코의 《요코씨의 말 1, 2》 같은 만화, 시라토리 하루히코의 《고양이는 내게 나답게 살라고 말했다》, 하완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류의 에세이를 집어드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오시마 노부요리의 《쉽게 흔들리는 감정을 지금 당장 없애는 법》, 정문정의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등 마음을 다스리는 교양서도 휴가지에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소설로는 더위를 가시게 할 미스터리 장르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 김도훈 예스24 MD는 야쿠마루 가쿠의 《돌이킬 수 없는 약속》, 구환희 교보문고 MD는 다카무라 가오루의 《레이디 조커》를 몰입도가 높은 미스터리 작품으로 꼽았다. 최일만 영풍문고 MD는 독일식 유머를 즐길 수 있는 슈테판 보너의 《베타맨》을 추천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