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숙박공유업체인 에어비앤비가 자사 사이트에 등록된 일본 숙소 4만 건 이상을 한꺼번에 삭제함에 따라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공유숙박업을 하던 집주인(호스트)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는 최근 일본에 있는 등록 숙소(약 6만2000건)의 80% 정도에 해당하는 물량을 리스트에서 지웠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 기준으로 일본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숙소는 1만3800여 개로 급감했다.

불법 숙소의 수만 건에 달하는 이달 15일 이후 예약을 순차적으로 취소하기 시작했다. 이미 15~19일 숙박하는 예약 건이 지난 7일 일괄 취소됐다. 19일 이후 예약 건은 숙소 주인이 여행객 도착 10일 전까지 민박업 자격번호를 등록하지 않으면 자동 해약된다. 업계에선 이달에만 취소된 예약이 수만 건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에어비앤비는 이번 예약 해지 사태 수습의 일환으로 항공권 변경수수료, 쿠폰 지급 등에 1000만달러(약 107억원)를 쓰기로 했다.

에어비앤비는 일본 ‘주택숙박사업법(민박법)’ 시행에 발맞춰 불법 숙소를 퇴출시켰다. 15일부터 시행되는 이 법은 민박업으로 등록한 숙소만 공유숙박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숙소의 연간 영업일수를 180일로 제한했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공유숙박업 가능 지역, 기간 등의 규제를 더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교토는 주거지역에서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여행 비수기에만 에어비앤비 영업이 가능하도록 자체 규정을 마련했다. 도쿄 시부야구는 초등학교 휴일에만 공유숙박업을 할 수 있게 했다. 영업 가능일수가 확 줄면서 일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공유숙박 폐업을 택한 이들이 민박 비품을 팔거나 물려준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 법 시행이 임박했지만 민박업 등록 신청을 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새 법에 근거한 등록 신청 접수는 지난 7일 기준 2000여 건에 그쳤다. 교토에선 지난달 30일까지 민박 등록 신청서가 27건 접수됐으나 3곳만 자격을 승인받았다. 신주쿠에서도 3곳만 등록됐다. 긴자 쇼핑지구가 있어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주오 특별시는 등록된 공유숙박시설이 아예 없다.

국내 공유숙박업계도 일본 민박법 시행 여파를 주시하고 있다. 공유민박업이라는 새로운 업태를 도입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여서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군·구 지역 주민이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와 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을 활용해 연 180일 이내에 내외국인을 상대로 공유숙박업을 할 수 있다. 현행 관광진흥법상 숙박공유업은 외국인을 상대로 한 도시 민박, 한옥 체험 등의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오피스텔과 펜션 등을 공유숙박에 쓰는 것도 원칙적으로는 불법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