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못 듣는 소리로 스마트폰에 상품정보 띄우죠"
“TV를 보다가 ‘저 제품 뭐지?’하고 궁금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스마트폰이 영상 속 초음파를 인식해 가격부터 후기까지 모두 보여준 뒤일 테니까요.”

김태현 사운들리 대표(사진)는 지난주 서울 우면동 삼성 연구개발(R&D) 캠퍼스에서 기자와 만나 자사의 ‘음파 전송기술’을 이렇게 설명했다. 사운들리는 비(非)가청대역 음파를 이용해 정보를 전송하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소리를 스마트폰이 인식하면 앱(응용프로그램)이 알림을 띄우는 방식이다.

"사람이 못 듣는 소리로 스마트폰에 상품정보 띄우죠"
사운들리는 음파 전송기술을 기업에 공급하는 B2B(기업 간 거래)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롯데시네마, KT, NBT 등에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 이 기술은 영상 광고에 음파를 삽입해 스마트폰으로 상품정보를 주는 것을 비롯해 매장 내 행사 알림, 실내 위치정보 인식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음파 전송기술은 구현 원리가 간단해 비교적 흔하게 사용된다. 그러나 실생활에서는 각종 소음에 음파가 간섭을 받거나 개별 스피커 특성에 따라 인식률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음성 압축 방식에 따라 음파가 왜곡되기도 한다. 음량을 키워 인식률을 높일 수 있지만 이 경우 스피커 수명이 짧아지거나 필요 이상으로 음량을 높여야 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사운들리는 인식률 문제를 독자 개발한 음성 코딩기술로 해결했다. 영상 압축, 영상 송·수신, 스피커 출력 등 다양한 단계에서 발생하는 왜곡을 고려해 각각 환경에 맞는 코딩 방식을 개발했다. 또 생활소음에 간섭받지 않는 주파수 대역을 골라 영상에 적용하고 있다.

지난 1월 서울교통공사는 이런 사운들리의 기술을 인정해 지하철 혁신사업 시범사업자로 선정했다. 3월 한 달간 지하철 2호선 전 구간에서 스마트폰으로 도착역 알림을 해주는 사업을 했다. 김 대표는 “지하철 내부는 소음 종류가 다양해 기술을 적용하기 까다로웠다”며 “이달부터 3호선과 4호선에도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EBS와 함께 음파 전송기술을 적용한 여행정보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시청자의 스마트폰이 방송을 인식하면 방송 속 여행경로를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TV 프로그램은 기술 혁신성을 인정받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2017 차세대 미디어 대전’에서 스마트미디어부문 방송 콘텐츠 대상을 받았다.

사운들리의 다음 목표는 스마트폰 지도 앱에 자사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다. 지하철, 빌딩 내부와 같은 곳에서는 위성항법시스템(GPS)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를 음파 전송기술로 보조해 실내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국내 지도 앱 업체들이 기술에 관심을 두고 사업을 제의하고 있다”며 “가전제품, 방송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