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전·IT제품의 안방 역습이 매섭다. ‘대륙의 실수’라는 샤오미의 로봇청소기, 공기청정기 등이 일반 가정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제품이 됐다. 중국 가전회사 디베아가 만든 무선청소기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소비자의 중국산 ‘직구 열풍’이 말해주듯 일부 제품은 가격·성능·디자인 등에서 한국 제품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에서 국내로의 ‘혁신 역류’라고 할 만하다.

중국 제품이 ‘값싼 제품’에서 ‘쓸 만한 제품’으로 바뀌면서 국내 전자업계의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중국의 기술력이 무섭게 성장했다. 국내 프리미엄 가전 시장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마트폰에서도 심상치 않은 기류가 읽히기는 마찬가지다.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자국시장을 발판으로 신흥국 시장으로 무섭게 뻗어나가는 게 그렇다. 심지어 세계 최초 기능 적용도 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중국산 스마트폰의 안방 위협도 시간문제다.

국내 기업들로서는 고급화 등 차별화 대책을 고민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혁신 속도 면에서 중국을 앞서 나갈 전략 마련이 절실하다. 삼성전자가 화면을 접을 수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이르면 연내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로 한 게 좋은 사례다. 이미 출시 계획을 밝힌 화웨이의 ‘추월’을 허용하지 않는 동시에 기존 스마트폰의 정형화된 모습을 가장 먼저 뒤집어엎을 수 있는 시도다. ‘퍼스트무버’ 이미지를 잡을 수 있는 ‘플랫폼 혁신’이 다른 분야에서도 일어나야 한다.

정부도 긴장감을 갖고 ‘혁신성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세계 최초를 차지하기 위해 시장에서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중국 기업과 달리 한국 기업은 그렇지 못하다면 혁신 생태계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중국에 없는 규제만이라도 서둘러 정비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