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생중계 장면을 지켜보면서 흥분과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 내 회담장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실시간 시청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 10분 전 차담회 장소에 도착한 후 “오늘은 차담을 하지 말고 먼저 들어가서 (회담을) 시청합시다”고 제안했다.

회담 중계장면을 응시하던 문 대통령은 두 정상이 성조기와 인공기 앞에서 악수하는 장면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는가 하면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였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지난해 7월 ‘베를린 구상’을 발표한 뒤 평창동계올림픽과 4·27 남북한 정상회담 등을 거치며 숨 가쁘게 달려온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가 가시적 성과를 내면서 만감이 교차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세기의 담판’으로 불린 이날 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북측은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무기 연기했는가 하면 문 대통령의 백악관 방문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는 결정을 통보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인사말을 통해 “지금 북·미 정상회담이 시작됐다”며 “우리 국민의 관심이 온통 싱가포르에 가 있지 않을까 싶다. 저도 어제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우리에게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남·북·미 간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는 성공적인 회담이 되기를 국민과 함께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 생중계를 시청하면서도 중간중간 깊은 생각에 잠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청와대 관계가 전했다.

미·북 정상의 첫 만남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물꼬’는 텄지만, 향후 비핵화 방법론을 둘러싼 양국 간 이견을 좁히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체제 전환의 ‘마침표’를 찍기까지는 만만찮은 여정을 남겨두고 있다는 현실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뿌리 깊은 적대관계와 북핵 문제가 정상 간 회담 한 번으로 일거에 해결될 수는 없다”며 “두 정상이 큰 물꼬를 연 뒤에도 완전한 해결에는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더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긴 과정이 필요하다”고 신중론을 유지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