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의 美·北 합의… 과거 두 차례보다 포괄적·추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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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 세기의 담판
4개항 포괄적 합의
1994년·2005년과 비교해보니
"양국정상 '톱다운' 방식 합의
세부적 내용보다 큰 틀에 초점"
4개항 포괄적 합의
1994년·2005년과 비교해보니
"양국정상 '톱다운' 방식 합의
세부적 내용보다 큰 틀에 초점"
이번 6·12 공동성명은 합의 배경과 주체, 진행 방식 등에서 이전 합의와 큰 차이가 있다. 미국과 북한은 1994년 제네바합의와 2005년 베이징 9·19 공동성명에서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적이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핵실험으로 합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번 성명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13년 만에 나온 미·북 간 합의다.
이번 공동성명은 미·북 정상이 역사상 처음으로 만나 합의문에 서명했다는 점에서 내용과 형식도 달랐다. 앞서 두 차례 합의는 북한이 NPT 탈퇴를 발표한 뒤 북핵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이뤄졌다. 합의가 도출되기까지 수차례 크고 작은 고위급회담이 열렸고 길게는 2년 이상 시간이 걸렸다.
이번 6·12 합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주도로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됐다.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대북제재 등 외부 요인도 작용했지만 양국 정상의 의지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톱다운’ 방식으로 합의가 이뤄진 만큼 세부적인 내용을 정하기보다는 큰 틀에서 합의점을 찾는 데 집중했다.
내용 면에서는 비핵화보다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외교 정상화에 초점을 맞췄다. 제네바합의에서는 미·북 간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향후 대사급 격상을 명시했다. 이번 합의에서는 새로운 관계 수립을 내건 만큼 후속 회담을 통해 세부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9·19 공동성명에서처럼 6자 회담 당사국과의 관계 회복에 대해서는 논의되지 않았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 외에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제네바합의가 영변 흑연감속로 동결을, 9·19 공동성명이 북한의 모든 핵프로그램 포기를 명문화했던 것보다 추상적이다. 핵 비확산 협상 역사상 유례없이 포괄적 규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9·19 공동성명보다 한발 물러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네바합의는 흑연감속로 포기의 대가로 경수로와 중유를 제공하기로 합의했고 9·19 공동성명에서는 구체적 시기와 대가에 대한 언급 없이 경수로 제공을 논의하겠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미국 등 5개국의 에너지 지원, 한국의 200만㎾ 대북 직접 송전, 6자의 양자·다자적 에너지·교역·투자 증진 등 근본적인 지원, 협력 방안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서 북한의 비핵화 시한과 방법은 명시되지 않았다. 전쟁포로와 전쟁실종자 유해 송환 문제는 이번 합의에서 처음 언급됐다.
이번 6·12 공동성명은 두 합의와 마찬가지로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문서다. 6개국 간 다자 합의였던 9·19 공동성명과 달리 미·북 간 배타적 양자 교섭으로 국제적 구속력이 상대적으로 낮다. 다만 이번에는 양국 정상이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다른 합의보다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이번 6·12 합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주도로 전례 없는 속도로 진행됐다.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대북제재 등 외부 요인도 작용했지만 양국 정상의 의지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톱다운’ 방식으로 합의가 이뤄진 만큼 세부적인 내용을 정하기보다는 큰 틀에서 합의점을 찾는 데 집중했다.
내용 면에서는 비핵화보다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외교 정상화에 초점을 맞췄다. 제네바합의에서는 미·북 간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향후 대사급 격상을 명시했다. 이번 합의에서는 새로운 관계 수립을 내건 만큼 후속 회담을 통해 세부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9·19 공동성명에서처럼 6자 회담 당사국과의 관계 회복에 대해서는 논의되지 않았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 외에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제네바합의가 영변 흑연감속로 동결을, 9·19 공동성명이 북한의 모든 핵프로그램 포기를 명문화했던 것보다 추상적이다. 핵 비확산 협상 역사상 유례없이 포괄적 규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9·19 공동성명보다 한발 물러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네바합의는 흑연감속로 포기의 대가로 경수로와 중유를 제공하기로 합의했고 9·19 공동성명에서는 구체적 시기와 대가에 대한 언급 없이 경수로 제공을 논의하겠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미국 등 5개국의 에너지 지원, 한국의 200만㎾ 대북 직접 송전, 6자의 양자·다자적 에너지·교역·투자 증진 등 근본적인 지원, 협력 방안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서 북한의 비핵화 시한과 방법은 명시되지 않았다. 전쟁포로와 전쟁실종자 유해 송환 문제는 이번 합의에서 처음 언급됐다.
이번 6·12 공동성명은 두 합의와 마찬가지로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문서다. 6개국 간 다자 합의였던 9·19 공동성명과 달리 미·북 간 배타적 양자 교섭으로 국제적 구속력이 상대적으로 낮다. 다만 이번에는 양국 정상이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다른 합의보다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