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첫발 뗐지만… CVID 중 핵심인 'V·I'는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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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 세기의 담판
4개항 포괄적 합의
디테일 없는 '포괄적 합의'
김정은, 비핵화 약속 재확인
트럼프, 北 안전보장 약속
美·北 새로운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노력
협상 프로세스 재가동
美·北 적대관계 청산 '첫걸음'
4개항 포괄적 합의
디테일 없는 '포괄적 합의'
김정은, 비핵화 약속 재확인
트럼프, 北 안전보장 약속
美·北 새로운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노력
협상 프로세스 재가동
美·北 적대관계 청산 '첫걸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정상회담 후 서명한 공동합의문에는 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으로 꼽혀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란 문구가 빠졌다. 대신 ‘완전한 비핵화’란 말만 들어갔다. CVID 중 ‘V’와 ‘I’ 없이 C만 들어가면서 ‘알맹이가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 가지 항목 합의한 미국과 북한
미·북 공동합의문의 핵심은 △미·북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 송환 등 4개 항이다.
1항에는 “미국과 북한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두 나라 국민의 바람에 맞춰 새로운 미·북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2항은 “두 나라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한다”, 3항은 “2018년 4월27일 (남북한 간)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며 북한은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작업을 할 것을 약속한다”이다. 4항은 “미국과 북한은 신원이 이미 확인된 전쟁포로, 전쟁실종자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는 것을 포함해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양국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과 관련한 이슈를 놓고 포괄적이고 깊이 있게, 진지한 의견을 교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체제 안전을 보장하기로 약속했고, 김정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하고 흔들림 없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알맹이’는 빠진 비핵화 약속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라며 “기대 이상이었다. 환상적이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그렇게 보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그동안 미·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은 ‘CVID’였기 때문이다. 특히 북핵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뜻하는 ‘V’가 핵심 중의 핵심으로 꼽혔다. 공동합의문에는 이 문구가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비핵화 시한과 범위도 명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식과 기자회견에서 “비핵화 조치가 이른 시기에 시작될 것”, “(김정은이) 북한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를 약속했다”고 밝혔을 뿐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전날까지도 “CVID가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결과”라며 “미·북 정상회담의 최종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CVID’의 ‘C’조차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가 많다. 공동합의문에 북한 핵 폐기를 뜻하는 ‘북핵 비핵화’라는 문구 대신 북한이 주장해온 ‘한반도 비핵화’란 문구가 들어갔다는 점에서다. 이 표현은 북한이 전통적으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축소나 주한미군 철수’를 뜻하는 표현으로 써왔다.
핵 전문가인 아담 마운트 미국과학자연맹 선임연구원은 “과거 북한과 맺은 어떤 합의보다 약하다”고 평가했다. AFP통신도 “북한이 모호한 약속을 되풀이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체제보장 부문도 당초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종전합의에 서명할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종전 선언’은 합의문에 없었다. 북한이 요구해온 ‘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체제 보장)’란 문구도 보이지 않았다. 후속 정상회담 일정도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았다. 합의문에는 폼페이오 장관과 북측 고위급 당국자가 이끄는 후속회담 계획만 거론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적절한 시기에 평양을 방문하고 김정은을 백악관에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대북제재 해제와 북한 경제 지원에 대한 합의 역시 명시되지 않았다.
미·북 정상이 사상 처음으로 만났다는 점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평가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많다.
■美·北 정상회담 공동합의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안보 보장을 약속했으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그의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 새로운 미·북 관계의 수립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고 상호 신뢰 구축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음을 인식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선언한다.
1. 미국과 북한은 양국 국민들의 평화와 번영의 갈망에 따라 미국-북한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 노력한다.
2. 미국과 북한은 한반도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체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함께한다.
3. 2018년 4월27일 남북한 정상회담의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며,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
4. 미국과 북한은 전쟁포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는 것을 포함해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
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이 양국 간 수십 년간의 긴장과 적대감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 획기적인 사건이었음을 인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공동 협약의 조항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한다.
미국과 북한은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내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북한 측 고위급 당국자가 이끄는 후속 협상을 열어 미·북 정상회담의 결과를 이행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새로운 미·북 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의 증진, 한반도와 세계의 안보를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CVID
완전하고(complete), 검증 가능하며(verifiable),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 비핵화. 미국이 조지 W 부시 대통령 집권 1기인 2001~2005년 수립한 북한의 비핵화 원칙. 당시 CVID의 ‘D(dismantlement)’는 핵 시설의 물리적 분해와 해체를 뜻했지만 지금은 더 포괄적인 비핵화(denuclearization)와 혼용된다.
■CVIG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 보장(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guarantee).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미국에 요구하는 완전한 체제 보장을 뜻한다. 2018년 5월 미·북 정상회담 사전 실무교섭에서 북한이 CVID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미국이 CVIG를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싱가포르=박수진 특파원/주용석 기자 psj@hankyung.com
◆네 가지 항목 합의한 미국과 북한
미·북 공동합의문의 핵심은 △미·북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 송환 등 4개 항이다.
1항에는 “미국과 북한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두 나라 국민의 바람에 맞춰 새로운 미·북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2항은 “두 나라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한다”, 3항은 “2018년 4월27일 (남북한 간)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며 북한은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작업을 할 것을 약속한다”이다. 4항은 “미국과 북한은 신원이 이미 확인된 전쟁포로, 전쟁실종자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는 것을 포함해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양국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과 관련한 이슈를 놓고 포괄적이고 깊이 있게, 진지한 의견을 교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체제 안전을 보장하기로 약속했고, 김정은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하고 흔들림 없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알맹이’는 빠진 비핵화 약속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라며 “기대 이상이었다. 환상적이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그렇게 보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그동안 미·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은 ‘CVID’였기 때문이다. 특히 북핵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뜻하는 ‘V’가 핵심 중의 핵심으로 꼽혔다. 공동합의문에는 이 문구가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비핵화 시한과 범위도 명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식과 기자회견에서 “비핵화 조치가 이른 시기에 시작될 것”, “(김정은이) 북한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를 약속했다”고 밝혔을 뿐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전날까지도 “CVID가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결과”라며 “미·북 정상회담의 최종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CVID’의 ‘C’조차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가 많다. 공동합의문에 북한 핵 폐기를 뜻하는 ‘북핵 비핵화’라는 문구 대신 북한이 주장해온 ‘한반도 비핵화’란 문구가 들어갔다는 점에서다. 이 표현은 북한이 전통적으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축소나 주한미군 철수’를 뜻하는 표현으로 써왔다.
핵 전문가인 아담 마운트 미국과학자연맹 선임연구원은 “과거 북한과 맺은 어떤 합의보다 약하다”고 평가했다. AFP통신도 “북한이 모호한 약속을 되풀이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체제보장 부문도 당초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종전합의에 서명할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종전 선언’은 합의문에 없었다. 북한이 요구해온 ‘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체제 보장)’란 문구도 보이지 않았다. 후속 정상회담 일정도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았다. 합의문에는 폼페이오 장관과 북측 고위급 당국자가 이끄는 후속회담 계획만 거론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적절한 시기에 평양을 방문하고 김정은을 백악관에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대북제재 해제와 북한 경제 지원에 대한 합의 역시 명시되지 않았다.
미·북 정상이 사상 처음으로 만났다는 점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평가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많다.
■美·北 정상회담 공동합의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안보 보장을 약속했으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그의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 새로운 미·북 관계의 수립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고 상호 신뢰 구축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음을 인식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선언한다.
1. 미국과 북한은 양국 국민들의 평화와 번영의 갈망에 따라 미국-북한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 노력한다.
2. 미국과 북한은 한반도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체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함께한다.
3. 2018년 4월27일 남북한 정상회담의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며,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
4. 미국과 북한은 전쟁포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는 것을 포함해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
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이 양국 간 수십 년간의 긴장과 적대감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 획기적인 사건이었음을 인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공동 협약의 조항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한다.
미국과 북한은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내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북한 측 고위급 당국자가 이끄는 후속 협상을 열어 미·북 정상회담의 결과를 이행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새로운 미·북 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의 증진, 한반도와 세계의 안보를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CVID
완전하고(complete), 검증 가능하며(verifiable),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 비핵화. 미국이 조지 W 부시 대통령 집권 1기인 2001~2005년 수립한 북한의 비핵화 원칙. 당시 CVID의 ‘D(dismantlement)’는 핵 시설의 물리적 분해와 해체를 뜻했지만 지금은 더 포괄적인 비핵화(denuclearization)와 혼용된다.
■CVIG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 보장(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guarantee).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미국에 요구하는 완전한 체제 보장을 뜻한다. 2018년 5월 미·북 정상회담 사전 실무교섭에서 북한이 CVID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미국이 CVIG를 제공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싱가포르=박수진 특파원/주용석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