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미·북 정상회담 직후 “완전한 비핵화는 오래 걸릴 것”이라고 밝히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언제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미국은 2020년까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자신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합의문에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가 언급조차 되지 않아 북한의 비핵화 기간이 더욱 길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비핵화·보상 수준 합의 가능할까

미국과 북한은 이날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틀의 합의를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미·북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CVID가 합의되지 못했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더 이상 명확하게 할 순 없다”며 “양국 관계를 새롭게 하자고 했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문안에 포함됐다”고 답했다.

核사찰범위·보상방법 줄다리기 예상… 완전폐기 '첩첩산중'
하지만 비핵화 시점은 못 박지 않았다. 오히려 “장시간이 걸린다”며 북한이 요구해 온 ‘단계적 비핵화’를 수용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목표가 제시되지 못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추가적인 미·북 정상회담과 실무 협상에서 비핵화 범위 및 방법, 핵시설 사찰, 경제보상 등을 두고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특유의 ‘살라미 전술’로 협상 단계에 따라 별도의 보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모두 해체하고 외국으로 안전하게 반출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로 꼽힌다.

이후 핵사찰을 거친 뒤 생화학무기와 중·장거리 미사일 폐기 등도 필요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은 10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찰에만 수년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리비아는 비핵화를 이루는 데 각각 22개월과 20개월이 걸렸다.

구체적인 보상 수준을 합의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 비핵화를 신속하게 마무리짓기 위해서는 북한이 충분히 만족할 정도의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미국으로부터 우리의 기업인과 모험가, 자본 공급자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이들과 이들이 가져올 자본을 (비핵화 대가로) 얻게 될 것”이라며 “비핵화할 경우 그들(북한 주민)은 고기를 먹을 수 있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경제적인 보상은 한국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제네바 합의로 시작된 북한 경수로건설 사업의 경우 전체 사업비 15억6200만달러 중 72%(11억3700만달러)를 한국이 부담했다.

◆문 대통령, 종전선언 추진

문재인 대통령은 이르면 다음달께 남·북·미 정상회의에서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다. 이후 평화협정으로 전환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목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제 곧 (한반도에서) 전쟁이 끝난다는 희망이 보이며, 곧 끝날 것”이라고 말해 문 대통령이 구상하는 ‘남·북·미 정상회의→종전선언’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북한 비핵화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미·북 수교 등이 가능한 평화협정 체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운신의 폭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이 계획 중인 개성공단 재개, 전력·교통 인프라 건설 등 대북 지원은 북한 비핵화에 발맞춰 제재가 해제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국회의 지지를 얻기도 쉽지 않다”며 “이 경우 과거 정부처럼 ‘퍼주기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미현/김주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