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5% 상승했다. 8개월 연속 물가 상승률 1%대를 유지했다. 이처럼 전체 물가는 안정세지만 농산물을 비롯해 즉석식품, 외식물가 등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전체 소득에서 식품비 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서민 가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먹거리 물가는 뜀박질… 서민가계 '주름살'
◆서민 체감 물가 고공행진

무엇보다 쌀값 급등세가 무섭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쌀 소매가는 20㎏ 기준 4만7334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평균가(3만7388원)보다 27% 뛴 가격이다. 쌀값 급등은 물량 부족 때문이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397만2000t으로 전년 대비 5.3% 감소했다. 37년 만의 최저치다. 쌀 재배면적이 전체적으로 줄어든 데다 모내기 시기에는 가뭄이 들고, 낟알이 영글 시기에는 비가 많이 와 작황이 나빴다. 여기에 최근 수년간 쌀 풍년으로 과잉공급이 이어지자 정부가 37만t을 사들인 것도 가격을 올리는 원인이 됐다.

국내산 고춧가루 가격도 뛰었다. 지난달 소매가격 기준 ㎏당 3만1353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7%나 올랐다. 고춧가루 재료인 건고추 생산량이 매년 6~7%씩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농가의 재배 비율이 높은 탓에 고춧가루 자급률이 매년 떨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무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45%, 고구마는 31%, 배추도 30% 껑충 뛰며 식탁물가를 올리고 있다.

삼겹살과 냉면 등 대표적 서민 외식 메뉴도 비싸졌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사이트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서울지역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외식 메뉴 8개 중 7개 가격이 1년 전보다 올랐다. 냉면 가격은 한 그릇 평균 8769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7962원)보다 10.1% 올라 가격 인상폭이 가장 컸다. 삼겹살 가격은 200g당 1만6489원으로 지난해보다 5.6%(868원) 올랐고 김치찌개 백반(2.6%), 칼국수·김밥(1.8%), 비빔밥(1.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서울 이문동의 대학생 김모씨(24)는 “대학가 백반 메뉴도 6000원에서 7000원으로 올랐고 공깃밥 값을 따로 받는 곳도 등장했다”며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뛰어 밖에선 한 끼라도 사 먹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인건비 부담에 제품가격 인상

즉석식품 가격도 대거 올랐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달 초 주요 간편식품의 판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라면(2.1%) 즉석카레(3.8%) 어묵(7.1%) 등의 가격이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원재료값이 오르는 데 더해 최저임금 인상 부담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 농산물 유통업체 관계자는 “국내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자 ‘울며 겨자 먹기’로 중국산을 사용하는 외식업체도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외식물가는 더욱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여름철 장마 등으로 채소·과일 등 농산물 수급 불안이 심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