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예상대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치러진 6·1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17명의 광역자치단체장과 226명의 기초자치단체장을 뽑는 지방선거에서 ‘보수 텃밭’인 TK(대구·경북) 등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지역에서 승리했다. ‘미니 총선’으로 불린 12곳 국회의원 재보선에서도 야당을 압도했다. 정부와 여당의 국정 주도권이 더욱 탄탄해졌다.

이번 선거로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는 더욱 높아지게 됐다. 지방을 석권한 것은 물론, 국회에서도 제1당의 자리를 확고히 해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70%를 웃도는 높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과 50%를 넘어선 ‘역대급 집권당 지지율’을 잘 활용해 ‘책임정치’를 효과적으로 구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압승’은 ‘양날의 칼’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높은 지지율에 취해 반대의견을 제대로 귀담아듣지 않고 자만과 독선에 빠진다면 오히려 ‘독(毒)’이 된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이 그랬다. 한나라당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6곳 중 호남 3곳과 제주를 제외한 12곳에서 승리했다. 25개 서울 구청장 선거도 싹쓸이했다. 하지만 민심은 냉정하다. 압승에 취해 교만해진다 싶으면 어김없이 심판의 채찍을 휘두른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에서 주목되는 것은 보수 야당의 참패다. 지역 기반을 거의 상실해 ‘보수 몰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통령 선거를 치른 뒤 1~2년 사이에 열린 지방선거에서는 대부분 야당이 유리한 결과를 거둬왔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야당 패배로 끝났다.

자유한국당이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도 짠맛을 잃은 소금처럼 보수 정당이 지켜야 할 ‘보수주의 가치’에 충실하지 않았다. 2012년 대통령 선거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대통령 선거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야당이 무색할 정도로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공약을 쏟아냈다. 여당 견제라는 야당 본연의 기능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촛불·탄핵 정국에서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남은 밥그릇’을 차지하기 위한 세력다툼만 치열했다.

이렇다 보니 보수층 사이에서 “찍어줄 사람이 없다”는 말이 확산됐다. 서울 강남 은행·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거액 자산가들이 선뜻 자유한국당 지지를 안 하는 건 처음”이라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청년 보수’들도 “찍어줄 만한 당이 없었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보수 야당은 이번 선거 결과에 담긴 ‘경고 메시지’를 제대로 읽어내야 할 것이다. 자유주의 기치를 제대로 내걸어 진보정권과 당당하게 이념 및 정책경쟁을 펼치지 않고는 돌아선 지지층을 되돌릴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한쪽 이념으로 기울어진 정치권은 대한민국에 크나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