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간 뉴욕 증시는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의 시대였습니다. 올들어서만 넷플릭스가 90% 가까이 올랐고, 개인정보 유출 스캔들에 시달렸던 페이스북, 빛을 잃었던 마이크로소프트도 최근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이들 주식이 급등하자 최근 내부자들이 기록적 속도로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초 이후 이들 기업의 경영진의 자사주 매도 규모가 6년래 최대 규모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12일(현지시간) 인사이더인사이트닷컴에 따르면 FANG의 기업 경영진은 올들어 45억8000만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도했습니다. 이는 2012년 이후 페이스북이 공개(IPO)된 이후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이런 추세라면 상반기 50억달러를 넘을 게 확실시됩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가장 많은 28억4000만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팔았습니다. 회사측은 저커버그의 주식 매도가 자선 기금 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경영 정보가 풍부한 내부 경영진이 일제히 대규모 매도에 나선 것은 투자 매력이 저하된 상황을 반영하는 단면이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연초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4% 가량 오른 가운데 넷플릭스는 90%에 가깝게 폭등했고, 아마존도 42% 올랐습니다. 또 대장주인 애플은 11.6%, 알파벳은 6.6% 뛰었습니다. 스캔들에 시달리던 페이스북도 최근 회복해 연초보다 6% 가량 오른 상태입니다.

인사이더인사이트닷컴의 조나단 모렐랜드 이사는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은 뉴욕증시가 하락할 때 이들 기업의 내부자들이 매도를 지속하는지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며 "그건 증시 하락에 대한 내부자들의 의미 있는 신호"라고 설명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IT주들의 주가가 이상 신호를 보일 때 내부자들은 매도 공세를 계속했었습니다. 이는 결국 닷컴버블 붕괴를 불렀습니다.

이런 내부자들의 주식 매도는 회사가 자사주 매입에 나설 때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로버트 잭슨 위원은 2017년초부터 지난 1분기까지 15개월간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385개 기업의 주식거래를 조사한 결과 회사의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주식을 판 내부자의 비율이 그 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스톡바이백 발표 후 10일 이내에 내부자가 주식을 매도한 비율이 전체 발표 회사의 32%에 달했고, 평균적으로 내부자 주식 매도는 스톡바이백 발표전에 평균 10만달러에서 발표 이후 50만달러로 증가했습니다.

잭슨 위원은 이를 통해 내부자들이 7500만달러가 넘는 수익을 더 올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들 기업의 주가가 자사주 매입 발표를 앞두고 전체 시장보다 평균 1.4 % 낮은 수준에서 형성됐지만, 발표 후 30일 전체 시장보다 평균 2.5% 초과 상승한 덕분입니다.

올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법인세 감세로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을 대폭 늘리고 있습니다. 현재 발표된 자사주 매입 규모만 5000억달러에 달합니다. 2016년 670억달러였던 자사주 매입 규모는 지난해 6850억달러로 뛰었고 올해는 1조달러를 넘을 기세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