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10%, 브라질 -20%… '6월 위기說'에 맥 못추는 신흥국 펀드
‘6월 위기설’이 확산되면서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글로벌 통상분쟁 여파로 달러 강세가 나타나면서 신흥국 증시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작년부터 인기를 끌었던 베트남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 펀드들은 손익률이 줄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증권가에서는 “보수적으로 관망해야 할 때”라는 의견과 “저가 매수 기회”라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급브레이크 걸린 베트남 펀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1조2900억원(설정액 기준) 이상 갖고 있는 베트남 펀드는 최근 3개월 새 손익률이 -9.83%(7일 기준)로 급락했다. 연초 이후 지난 1분기 말까지 14.92%의 수익률을 올리면서 고공 행진하던 모습과 딴판이다. 신흥국 불안에 경기지표 부진 등이 겹치면서 베트남 증시는 지난 4월9일 고점을 기준으로 이달 초까지 20% 이상 급락했다.

베트남 펀드는 올해 증권가의 최고 ‘히트 상품’이다. 전체 해외펀드 순유입액의 87%에 이르는 6148억원이 순유입됐다. 올초에는 한국 주식형 펀드를 통해 유입된 자금이 베트남 증시 전체의 외국인 투자 자금보다 많을 정도로 과열된 모습을 보였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베트남 펀드를 운용 중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투자금이 너무 몰리자 올해 초 신규 및 추가 가입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빈그룹, 비나밀크, 페트로베트남 등 베트남 증시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 중 4개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이 25배를 넘어서는 등 과열 경고가 끊임없이 나왔지만 국내 베트남 펀드엔 최근 한 달 동안 44억원이 새로 유입될 정도로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환경 불안이 여전하기 때문에 신흥국 증시보다 변동성 높은 프런티어마켓에 속하는 베트남 증시에 당분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베트남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을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태경 한국투자신탁운용 리테일마케팅본부장은 “과거 위기 때와 달리 베트남 동화 가치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펀더멘털(기초체력)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VN지수도 지난달 28일 저점 대비 11% 넘게 오르며 반등하는 모습이다.

◆브라질 펀드 석 달 만에 -20%

올 들어 지난 3월까지 10% 이상 수익을 내며 고공행진하던 브라질 펀드의 수익률도 크게 악화됐다. 브라질 펀드의 손익률은 3개월간 -19.89%, 1개월간 -11.44%를 기록하며 급전직하했다. 브라질 보베스파지수가 지난달 중순 이후 10% 이상 급락한 영향이다.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 가치가 폭락한 것도 손실이 불어난 이유 중 하나다. 외환시장에서 이달 7일 기준 헤알화 가치는 헤알당 277원대로, 올 들어서만 약 13%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브라질 증시의 부진은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의 지지 기반 약화로 기대했던 연금 개혁안 통과 가능성이 낮아진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트럭운전사들이 파업에 들어가면서 물류 흐름이 마비된 영향도 컸다. 대다수 전문가는 “차기 유력한 대통령 후보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오는 10월 대선 때까지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일각에서는 브라질 경제의 펀더멘털이 양호하기 때문에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철광석, 농산물 등 브라질 최대 수출 품목 가격이 여전히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원재료 수출이 꾸준히 증가해 수출은 하반기에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장률 전망치가 올해 2.5%, 내년 2.9%로 오르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연초 수익률이 급락했던 인도 주식형 펀드는 점차 수익률을 회복하고 있다. 인도 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재정지출 계획을 4월부터 집행하면서 투자자의 기대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큰 그림에서 전체 신흥국 증시를 비관할 때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통화의 급격한 평가 절하는 대외 건전성이 취약한 국가에서만 발생했다”며 “글로벌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긴축으로의 방향 전환을 느리게 하고 있어 선진국으로의 자금 유출이 본격화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