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중재는 서로 다른 법과 제도를 가진 국제 상거래의 분쟁 당사자들이 중립적인 중재인을 선임해 판정을 받는 절차다. 법원의 판단을 받는 재판보다 시간과 비용을 모두 아낄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인 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중재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중재기관은 물론 중재기관의 소속 국가에도 이익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중재산업을 경제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국제중재는 뉴욕협약(외국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유엔 협약)에 의해 외국에서도 효력이 보장된다. 국적이 다른 기업 간 분쟁해결제도로 자리잡은 배경이다. 뉴욕협약 가입국은 157개국에 이른다. 국제중재는 신속한 사건 해결과 저렴한 비용이 장점이다. 소송은 3심까지 진행되면 2~3년 넘는 기간이 소요되는 데 비해 중재는 평균 7개월이면 끝이 난다. 소송 비용도 크게 줄어든다. 글로벌 교역량이 커질수록 국제중재 건수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픽= 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그래픽= 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중재산업은 중재인과 심리시설 등 중재와 관련한 모든 인프라를 제공한다. 국제중재사건을 많이 유치하면 법률 서비스 외에도 교통, 숙박 등 다양한 분야에 혜택이 돌아간다. 국제중재가 ‘굴뚝 없는 황금산업’으로 불리는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국제중재 사건 1건당 창출되는 부가가치는 약 25억원에 이른다. 시설이용료, 중재인 보수, 관련 항공·숙식비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한 해 70건 정도인 국제중재사건 유치 건수가 싱가포르 수준(230건)으로 늘어나면 연간 6000억원 상당의 경제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중재는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 중재산업 활성화로 연간 6000억원 상당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경우 연간 1만680명의 고용이 가능하다. 10년 동안 10만여 명의 일자리가 생겨나는 셈이다. 국제중재를 비롯한 서비스업의 취업유발계수(매출이 10억원 증가할 때마다 늘어나는 일자리 수)는 16.08로 제조업(7.34)에 비해 두 배 이상의 고용창출효과를 낸다.
年 6000억 부가가치·1만680명 고용 창출… 국제중재는 '황금산업'
효과적인 갈등관리로 국내총생산(GDP) 상승을 기대할 수도 있다.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 갈등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갈등관리지수가 10% 높아질 경우 1인당 GDP가 1.74~2.41%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당사자 간 분쟁을 소송보다는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가는 중재제도가 활성화된다면 사회 갈등으로 인한 비용도 상쇄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권희환 대한상사중재원 국제협력팀장은 “영미법계 국가인 홍콩, 싱가포르와 달리 한국은 대륙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사건에서 상당한 강점이 있다”며 “대륙법계 국가 중에서는 일본 정도를 제외하면 이만한 사회적 인프라를 갖춘 나라는 드물기 때문에 한국의 중재지로서 경쟁력은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