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짧아지고 '선제안내'에서 벗어나
'경제학박사' 전임자들과 달리 서서 기자회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시장과의 소통 측면에서 전임자들과는 다른 행보를 취해 주목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금리 인상 결정을 발표했다.

이 자리를 통해 그가 취임 4개월여 만에 연준 의장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음을 보여줬다.

벤 버냉키·재닛 옐런 전 의장 등 전임자들이 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 앞에 놓인 책상에 앉아 전문 용어들로 가득 찬 장문의 성명을 읽었던 관례를 버린 것이다.

대신 파월 의장은 기자들 앞에 서서 "분명한 영어(Plain-English)"로 금리를 인상한 배경을 설명하겠다고 서두를 꺼냈다.

그는 "경제는 대단히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말하고 "일자리를 원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일자리를 찾고 있고 실업률과 물가 상승률은 낮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내년 1월부터는 FOMC가 소집될 때마다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전에는 연간 8차례 열리는 FOMC 회의 가운데 4차례의 회의에서만 기자회견을 했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연준은 시장과의 소통 기회를 늘려 불필요한 시장의 충격을 줄이면서도 금리 인상 등의 조치를 취할 기회를 연간 4회 이상 확보하게 됐다.

정책의 유연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이번 FOMC 회의에서 그동안의 이른바 "선제 안내(Forward Guidance)'에서 벗어난 점도 달라진 점이다.

연준은 버냉키 의장이 이끌던 시절부터 향후의 금리 방향을 예고하는 선제 안내를 사용해왔다.
버냉키·옐런과 달랐던 파월… 명확한 어조로 소통 확대
지난 3월 FOMC 회의에서는 목표 금리가 "당분간은 장기적으로 유력시되는 것보다는 낮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번 성명에서는 이 문구가 사라졌고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 조정 시기와 규모를 결정하기 위해…"라는 문구는 남았다.

선제 안내를 제외한 것은 금리가 제로(0) 수준에 머물던 수년 전에 비하면 미국 경제가 훨씬 건전한 상태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 회수를 두 배로 늘리고 금리 방향에 대한 선제 안내를 없앴다는 것도 그만큼 연준이 경제 상황에 전반적으로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와 더불어 미국 경제가 파월 의장이 예측한 것과는 다른 흐름으로 가더라도 임기응변을 취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

경제적 상황이 장차 어떻게 전개되더라도 연준이 단호하면서도 확실하게 시장과 소통하며 대응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NYT는 그러나 이런 변화에는 지금까지 신중하다는 이미지를 유지해왔던 연준이 돌발적인 정책 변화 혹은 다소간의 쇼맨십을 취하는 등의 리스크가 수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