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이 심각한 베네수엘라에서 지난 15개월 새 100만 명 넘는 사람이 이웃 콜롬비아로 이주했다고 RCN방송 등 콜롬비아 언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5년 반세기에 걸친 내전을 끝낸 콜롬비아가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루자 살인적인 물가와 경제난을 버티다 못해 이주해오는 베네수엘라 국민이 급증하고 있다.

콜롬비아 이민당국에 따르면 1년3개월 사이 합법적인 비자나 임시 체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콜롬비아에 도착한 베네수엘라인은 44만2462명이다. 여기에 합법적인 입국자 37만6572명과 과거 콜롬비아 내전 때 베네수엘라로 떠났다가 귀국한 25만 명을 더하면 베네수엘라에서 넘어온 이주민 수가 100만 명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3년 13만2000명에 불과했던 콜롬비아 거주 외국인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콜롬비아가 무장반군 콜롬비아혁명군(FARC), 민족해방군(ELN) 등과 반세기 넘게 벌인 내전을 끝내면서 정치·경제적 안정을 이뤘기 때문이다. 콜롬비아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지난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7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하기도 했다.

반면 베네수엘라는 과거 우고 차베스 등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 정권의 실정 탓에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살인적인 물가와 생필품 부족을 버티다 못한 국민들은 이웃 국가인 콜롬비아, 브라질, 페루, 에콰도르 등으로 떠나고 있다. 지난 2년간 나라를 등진 베네수엘라인은 180만 명에 달한다. 서민만이 아니라 교수와 교사, 의사, 기술자 등 전문직 인력도 떠나면서 국가 기반이 흔들릴 지경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