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선수 많아 마음고생…재활 치료와 도핑 방지 등 임무
2018 러시아 월드컵에 나선 태극전사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돕는 국가대표 지원팀에서 가장 마음고생이 심한 사람 중 한 명이 대표팀 주치의인 이성주(56) 박사다.

이성주 박사는 경기도 여주 현대의원 원장으로 대한축구협회 의료분과위원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팀 주치의 역할은 부상 선수 발생 때 빠른 응급조치를 통해 회복을 돕는 것이다.

아울러 선수들의 재활 치료와 도핑 방지, 고가의 의료장비 관리 감독 등 신경 써야 할 게 한둘이 아니다.

유독 부상 선수가 많은 이번 대표팀의 주치의로서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

대표팀은 소집 직전부터 주축 선수들이 부상에 시달렸다.

붙박이 중앙수비수였던 김민재(전북)가 K리그 경기 중 정강이뼈 골절로 소집명단에 들지 못했고, 베테랑 미드필더 염기훈(수원)도 갈비뼈가 부러져 신태용호 승선에 실패했다.

소집명단 28명이 발표된 후에도 이근호(강원)와 권창훈(디종)이 대표팀 합류 직전 부상 악재를 만나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재활 중에 대표팀에 소집된 김진수(전북) 역시 최종 탈락자 3명에 포함됐다.

지난 3일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을 시작하고도 사소한 부상이 이어졌다.

왼쪽 수비수 홍철(상주)이 고강도 체력훈련 프로그램의 여파로 허리 근육이 뭉쳐 한동안 정상 훈련에 참가하지 못했다.

또 공격수 황희찬(잘츠부르크)과 미드필더 문선민(인천)도 허벅지 근육통으로 11일 세네갈과 비공개 평가전에 뛰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세네갈전에서는 수비수 이용(전북)이 상대 선수 팔꿈치에 이마를 맞아 7㎝를 꿰매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용은 부상 부위가 발목이나 무릎 등이 아니어서 며칠 치료 후 정상적인 훈련에 참가했다.
부상 선수가 생기면 의료 가방을 들고 쏜살같이 그라운드 안으로 뛰어들어가 응급처치로 부상 악화를 막는 게 주치의의 역할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부상자가 나오면 화들짝 놀라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다행히 23명의 태극전사가 정상 컨디션으로 18일 스웨덴과의 일전에 나서게 된 건 이성주 박사와 임현택 의무팀장을 비롯한 5명의 재활 트레이너들의 숨은 공이 컸다.

선수들의 '건강 파수꾼'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노력을 한 덕이다.

이 박사가 대표팀 주치의로 본격적으로 활동한 건 2015년 1월 호주 아시안컵부터다.

당시 주축 선수들이 열병으로 고열과 몸살에 시달려 이 박사가 밤을 새우며 보살핀 건 대표팀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대표팀 주치의는 사실상의 명예직이다.

해외 원정 때 항공권과 숙소에 출전수당 정도만 지급된다.

개인병원 운영을 잠시 접어 두고 한 달 가까이 외국에서 선수들을 보살피는 건 자원봉사에 가깝다.

서울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다가 1999년 여주시 가남읍으로 내려가 20년 가까이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이 박사는 특히 고연령대 환자들에게 친절한 것으로 지역에서는 잘 알려졌다.

태극전사들의 건강을 꼼꼼히 살피는 이 박사의 따뜻한 인술이 대표팀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