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병에 꼭 맞는 약을 조제해 주는 것처럼 고객 재정 상황에 맞는 최적의 보험설계 처방전을 드리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잘나가는’ 약사로 10여 년 동안 일하다가 보험설계사로 변신한 인물이 보험업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2013년부터 미국계 생명보험사인 푸르덴셜생명 강남지점 라이프플래너(LP)로 활동 중인 정옥연 설계사(43·사진). 50대 이상의 여성인 ‘보험아줌마’가 설계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전문직 출신 젊은 여성이 설계사로 활동하는 건 보험업계에선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정씨가 관리하는 고객은 100여 명이다. 그가 맺은 보험계약은 340여 건으로, 고객 한 명당 3건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고객들의 로열티가 높아 꾸준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정씨는 1999년 대구효성카톨릭대 제약학과를 졸업한 뒤 2009년까지 대구에서 약사로 일했다. 촉망받는 직업인 약사에서 설계사로 진로를 바꾼 이유가 뭘까. 정씨는 “감기에 걸린 환자가 약국으로 찾아왔을 때 꼭 맞는 약을 조제해주고 싶어도 의약분업이라는 현실 속에서 주도적으로 할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정씨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자신의 적성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일로 보험설계사를 선택했다. 그는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는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수십 차례 던졌다”며 “삶을 더 재미있고 의미있게 만들고 싶어 새로운 걸 찾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설계사로 일하면서 약사로 일할 때보다 훨씬 만족스럽게 일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힘든 부분이 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고 만족스럽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그는 “고객을 만나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등 고객 상황을 파악하는 데 주력한다”며 “초창기 약사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고객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모이면 최적화된 재정설계 ‘처방전’을 드린다”며 “스스로 주도적으로 업무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꾸준한 실적을 올리는 비결로 약사로 일하면서 쌓은 의료 분야의 지식을 꼽았다. 그는 “보험과 직접적으로 연관있는 의료 관련 지식을 활용해 고객에게 깊이 있는 상담과 보험 설계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분야의 깊이 있는 지식만 있다면 보험설계사는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이 정씨의 설명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일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했다. 정씨는 “사람들이 더 건강하고,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설계해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설계사들이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