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 실력과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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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의 여행에세이
여행의 온도
여행의 온도
매번 여행에서 돌아오면 어학학원을 찾습니다. 이번만은 꼭 어학을 제대로 공부하리라 마음먹습니다. 명색이 여행전문기자라면서 어학 수준이 서바이벌(생존) 수준에 그치다 보니 답답하고 속상할 때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아쉬운 순간은 현지인을 만날 때입니다. 부러진 영어(브로큰 잉글리시)로 대화를 이어나가지만 정작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합니다. 듣는 것도 부실하지만 말하는 것은 더 가난합니다. 해외만 나가면 과묵해집니다.
그럴 때면 ‘우리 때는 왜 회화 위주가 아니라 문법 위주로 영어를 가르쳤냐’며 당시의 영어교육을 비판하거나 영국식 발음을 가르쳐 미국식 영어에 약한 것 같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스스로를 위로하곤 합니다. 단순한 기본회화조차 제대로 말이 안 나와 진땀을 흘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나마 일본 여행은 많이 간 편이어서 일어는 나은 편입니다. 방을 구하거나 음식을 주문하는 정도는 무난하게 하지만 깊은 대화를 나누거나 인터뷰하는 것은 언감생심입니다.
이렇듯 회화에는 젬병인 저에게 요즘 희소식이 들렸습니다. 외국어를 자동으로 번역 혹은 통역해주는 다양한 앱(응용프로그램)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직 인식률이 높지 않아 엉뚱한 번역으로 사람을 황당하게 합니다. 중국어로 小心이라는 글자는 조심하라는 말인데 번역하면 작은 마음이라고 나옵니다. 그래도 메뉴판을 번역하거나 주문할 때는 크게 도움을 받습니다. 특히 절박한 상황이 생길 때 굉장히 유용합니다.
이왕 번역 앱 이야기가 나온 김에 몇 가지 앱을 소개해 드릴게요.
먼저 구글 번역 앱입니다. 세계인이 애용하는 포털사업자 구글이 제작한 번역 앱답게 지구 전체를 아우를 정도로 많은 103개 언어를 번역해줍니다. 번역할 수 있는 언어는 프랑스어 독일어 중국어 일본어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어 베트남어 등 동남아시아 언어가 있습니다. 더욱이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 통용어인 갈리시아어, 인도의 구라자트주 공용어인 구자라트어 등 특정 지역 언어까지 번역할 수 있다고 합니다. 텍스트를 직접 입력해도 되고 복사해서 붙여도 번역해줍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글자 사진을 촬영하면 그것도 번역해줍니다. 32개 언어의 양방향 음성번역까지 지원해줍니다. 지니톡은 우리 기술진이 개발한 앱입니다. 무려 25년이나 언어지능 연구를 바탕으로 제작돼 정확성에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관광 및 여행 분야에서 무려 85%의 정확도를 자랑합니다. 지니톡은 미래창조과학부 지원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외주업체와 협력해 개발했는데요. 얼마 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맹활약했습니다. 외국인도 번역 정확성에 놀랄 정도였다고 합니다.
지니톡 역시 사진촬영으로 언어 입력이 가능하고, 언어를 음성으로 들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구글 번역앱과 달리 필기 입력은 불가능하니 글자를 잘 보고 또박또박 입력해야 합니다.
네이버도 무료 번역앱이 있습니다. 12개 언어를 번역하고, 일본어는 통역 서비스도 지원합니다. 네이버 번역앱의 특징은 ‘사전’이라는 말이 붙은 만큼 33개 언어의 어학사전과 272만 표제어의 지식백과사전을 지원한다는 점입니다. 영어·일본어·중국어(간체·번체)의 경우 사이트 전체 번역 서비스를 지원합니다. 네이버 번역앱 역시 필기 입력 및 음성 인식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학습 기능을 강화해 단어장 기능을 포함시켰습니다.
번역앱은 이처럼 수준에 올랐지만 통역앱은 아직 활성화되지 못했습니다. 우선 사람들의 발음이 저마다 달라 제대로 통역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SF영화를 보면 귀에 이어폰 같은 기계를 꽂으면 모국어로 말을 해도 상대방에게는 그 나라 말로 자동통역이 되는 신기한 기계가 나옵니다. 기술이 발전해도 그 정도 수준이 되려면 적어도 10년 이상은 걸릴 것 같습니다. 게다가 말이라는 것이 어감에 따라 느낌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 절묘한 부분까지 통역하려면 하세월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걸 기다리느니 외국어 공부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그만큼 끈질기지도 못합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이럴 때 딱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해외에 나갔다 와서 외국어를 공부하겠다고 산 회화책만 7권이 넘습니다. 대개의 경우 20페이지만 공부한 흔적이 있고 그후에는 아예 건드리지도 못했습니다. 공부 못하는 아이의 참고서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핑계라면 핑계지만 업무도 많고 공부를 좀 해야겠다 싶으면 또 출장을 가야 되니 차분하게 공부할 시간도 별로 없습니다. 실상 뭔가 하겠다는 독한 마음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매일 단어 몇 개라도 외우겠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돌아갔습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첫 시간에 나는 오늘도 몇 개의 단어와 문장을 외웁니다. 언제가 써먹더라도 혹은 써먹지 못하더라도 공부하는 즐거움은 잊지 않으려 합니다.
skycbi@hankyung.com
그럴 때면 ‘우리 때는 왜 회화 위주가 아니라 문법 위주로 영어를 가르쳤냐’며 당시의 영어교육을 비판하거나 영국식 발음을 가르쳐 미국식 영어에 약한 것 같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스스로를 위로하곤 합니다. 단순한 기본회화조차 제대로 말이 안 나와 진땀을 흘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나마 일본 여행은 많이 간 편이어서 일어는 나은 편입니다. 방을 구하거나 음식을 주문하는 정도는 무난하게 하지만 깊은 대화를 나누거나 인터뷰하는 것은 언감생심입니다.
이렇듯 회화에는 젬병인 저에게 요즘 희소식이 들렸습니다. 외국어를 자동으로 번역 혹은 통역해주는 다양한 앱(응용프로그램)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직 인식률이 높지 않아 엉뚱한 번역으로 사람을 황당하게 합니다. 중국어로 小心이라는 글자는 조심하라는 말인데 번역하면 작은 마음이라고 나옵니다. 그래도 메뉴판을 번역하거나 주문할 때는 크게 도움을 받습니다. 특히 절박한 상황이 생길 때 굉장히 유용합니다.
이왕 번역 앱 이야기가 나온 김에 몇 가지 앱을 소개해 드릴게요.
먼저 구글 번역 앱입니다. 세계인이 애용하는 포털사업자 구글이 제작한 번역 앱답게 지구 전체를 아우를 정도로 많은 103개 언어를 번역해줍니다. 번역할 수 있는 언어는 프랑스어 독일어 중국어 일본어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어 베트남어 등 동남아시아 언어가 있습니다. 더욱이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 통용어인 갈리시아어, 인도의 구라자트주 공용어인 구자라트어 등 특정 지역 언어까지 번역할 수 있다고 합니다. 텍스트를 직접 입력해도 되고 복사해서 붙여도 번역해줍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글자 사진을 촬영하면 그것도 번역해줍니다. 32개 언어의 양방향 음성번역까지 지원해줍니다. 지니톡은 우리 기술진이 개발한 앱입니다. 무려 25년이나 언어지능 연구를 바탕으로 제작돼 정확성에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관광 및 여행 분야에서 무려 85%의 정확도를 자랑합니다. 지니톡은 미래창조과학부 지원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외주업체와 협력해 개발했는데요. 얼마 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맹활약했습니다. 외국인도 번역 정확성에 놀랄 정도였다고 합니다.
지니톡 역시 사진촬영으로 언어 입력이 가능하고, 언어를 음성으로 들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구글 번역앱과 달리 필기 입력은 불가능하니 글자를 잘 보고 또박또박 입력해야 합니다.
네이버도 무료 번역앱이 있습니다. 12개 언어를 번역하고, 일본어는 통역 서비스도 지원합니다. 네이버 번역앱의 특징은 ‘사전’이라는 말이 붙은 만큼 33개 언어의 어학사전과 272만 표제어의 지식백과사전을 지원한다는 점입니다. 영어·일본어·중국어(간체·번체)의 경우 사이트 전체 번역 서비스를 지원합니다. 네이버 번역앱 역시 필기 입력 및 음성 인식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학습 기능을 강화해 단어장 기능을 포함시켰습니다.
번역앱은 이처럼 수준에 올랐지만 통역앱은 아직 활성화되지 못했습니다. 우선 사람들의 발음이 저마다 달라 제대로 통역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SF영화를 보면 귀에 이어폰 같은 기계를 꽂으면 모국어로 말을 해도 상대방에게는 그 나라 말로 자동통역이 되는 신기한 기계가 나옵니다. 기술이 발전해도 그 정도 수준이 되려면 적어도 10년 이상은 걸릴 것 같습니다. 게다가 말이라는 것이 어감에 따라 느낌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 절묘한 부분까지 통역하려면 하세월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걸 기다리느니 외국어 공부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그만큼 끈질기지도 못합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이럴 때 딱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해외에 나갔다 와서 외국어를 공부하겠다고 산 회화책만 7권이 넘습니다. 대개의 경우 20페이지만 공부한 흔적이 있고 그후에는 아예 건드리지도 못했습니다. 공부 못하는 아이의 참고서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핑계라면 핑계지만 업무도 많고 공부를 좀 해야겠다 싶으면 또 출장을 가야 되니 차분하게 공부할 시간도 별로 없습니다. 실상 뭔가 하겠다는 독한 마음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매일 단어 몇 개라도 외우겠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돌아갔습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첫 시간에 나는 오늘도 몇 개의 단어와 문장을 외웁니다. 언제가 써먹더라도 혹은 써먹지 못하더라도 공부하는 즐거움은 잊지 않으려 합니다.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