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우 바리스타 "커피는 마음을 적시는 음료"
17일 오후 2시 서울 이태원 맥심플랜트 지하 1층.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이탈리안 커피 강의가 한창이었다. “‘악마의 잼’ 누텔라 아시죠? 컵의 바닥부터 옆까지 듬뿍, 천천히 발라주세요.” 직접 레시피를 선보이는 김건우 바리스타(사진)의 손짓 하나하나에 30여 명의 눈길이 집중됐다. “헤이즐넛 가루 대신 한국식으로 땅콩 가루를 뿌려볼게요.”

에스프레소에 누텔라 잼, 휘핑크림 등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만을 더했을 뿐인데 10여 분 만에 이탈리아식 디저트인 ‘누텔리노’가 뚝딱 완성됐다.

이날 커피 클래스는 누텔리노를 비롯해 다양한 이탈리아식 커피 음료를 선보였다. 무료 신청을 통해 수업에 참여한 일반인들은 에스프레소에 초콜릿과 우유를 넣은 이탈리아 토리노 지방의 전통 음료 ‘비세린’, 크림위스키가 들어간 알코올 커피음료 ‘메리스 커피’ 등을 함께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대학생 이우진 씨(22)는 “커피에 관심이 있던 터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포스터를 보고 신청해 오게 됐다”며 “점심도 거르고 쭉 듣고 있을 만큼 재밌다”고 말했다.

강의를 진행한 김 바리스타는 2016년 한국팀바리스타챔피언십(KTBC) 우승자다. 팀바리스타챔피언십은 4명의 바리스타가 한 팀을 이뤄 에스프레소, 라테아트, 창작메뉴 등 30가지 음료를 빠르고 정확하게 만드는 대회다. 그는 화려한 퍼포먼스와 신속함을 앞세워 그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그가 커피에 빠진 건 일생의 우연이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후 어렵사리 대기업에 입사했다. 1년 동안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 생활을 이어갔지만 ‘이것은 내가 진정 원하는 길이 아니다’란 생각에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그 후 어느 카페 운영을 맡게 되면서 ‘이참에 커피나 한 번 배워볼까’ 싶어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우연히 만난 커피였지만 저에겐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공부 욕심이 생기자 에스프레소의 본고장인 이탈리아로 넘어갔다. 그곳에서 현지 바리스타 트레이너 과정을 마치고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챔피언십(EIC) 국가대표 선발전의 심사위원 자격도 얻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