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 진단기 하나로 시작··종합 체외진단 기업으로 성장"
"상장 초기 말라리아 진단키트 하나로 시작했던 회사는 이제 10개 이상의 제품을 생산하며 글로벌 종합 체외진단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이제는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확보했다고 자신합니다."

최영호 엑세스바이오 대표(사진)는 제품 다변화를 통해 체외진단 전문기업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갖췄다고 자부했다. 이달 초 엑세스바이오의 자회사인 웰스바이오의 서울 마곡동 사옥에서 최 사장을 만났다.

◆ "다양한 국제기구가 고객"

엑세스바이오는 2002년 미국 뉴저지에서 설립된 체외진단 업체다. 주력 상품은 말라리아 진단시약·키트다. 이 시장에서 절반 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세계 1위 기업이다. 회사 매출의 90%도 말라리아 진단 제품에서 나온다.

본사는 미국 뉴저지에 위치해 있다. 국내 대기업에서 연구원으로 바이오 업계에 발을 들였던 최 대표는 2002년 미국에서 회사를 세운 후 2013년 국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미국 시장에서 첫 발을 내딪은 덕분에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아동기금(UNICEF) 등 다양한 국제기구를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 강점입니다. 미국 국방부, 파스퇴르연구소, 보건 분야 국제 비영리단체인 PATH 등과 글로벌 연구개발(R&D) 네트워크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엑세스바이오는 설립과 동시에 뉴저지 경제개발청으로부터 '첨단생명과학기업'(Emerging Bioscience Company)으로 선정되면서 진단키트 시장에 빠르게 진입했다. 2003년에는 미국 국방성 미국 중소기업혁신연구(SBIR)와 중소기업기술이전(STTR)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 과제를 수행하면서 면역화학진단 분야에서 우수한 체외진단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최 대표는 "소량의 항체로도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민감도를 보이는 원천 기술을 개발하면서 정확도가 높은 말라리아 신속진단키트(RDT)을 내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말라리아 진단 시장 세계 '1위'

말라리아 진단 제품의 수요가 늘면서 회사의 사업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엑세스바이오는 WHO, UNICEF, 빌&멀린다 게이츠재단(빌게이츠재단) 등 여러 국제기구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말리리아 RDT 공장의 가동률은 2016년 말 기준 40%에서 지난해 93%까지 상승했다.

"대규모 말라리아 RDT 수주를 지속적으로 낙찰 받았죠. 지난 1분기에는 우간다향 58억원, 코트디부아르 및 기타 아시아 국가향 12억원 규모의 수주를 낙찰 받았습니다. 기존에 매출을 올리던 지역 이외의 국가로 판매 지역이 확대되면서 말라리아 진단 시장에서의 입지도 굳건해지고 있습니다."

말라리아 진단키트 하나로 회사는 급성장세를 타기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던 회사는 4년여 전부터는 독보적인 '1등'으로 자리매김했다. 회사는 2011년 170억원에서 2017년에는 연매출 300억원대로 커졌다.

3년 전부터는 빌게이츠재단과 차세대 진단 제품 연구를 시작했다.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연구다.

"지금까지는 말라리아 환자들이 배가 아프고 열이 나는 등 증상이 나타나면 진단을 받고 치료에 돌입했습니다. 하지만 몸에 균을 지니고 있지만 증상이 없는 사람들도 있죠. 무증상 환자들은 치료를 받지 않은 채 다른 사람들에게 균을 전염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라리아가 완전 퇴치되려면 이런 사람들까지 검사할 수 있는 제품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엑세스바이오는 빌게이츠재단이 요구하는 까다로운 기준을 만족하는 제품을 만들었다. 기존 제품에 비해 민감도가 100배~1000배 이상의 개선돼 무증상 환자까지 잡아낼 수 있는 획기적인 상품이다. 과거 10억여명 수준의 말라리아 의심 환자가 판매 타깃이엇다면 향후에는 전염 위험을 가진 인구를 포함해 33억명 이상의 환자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게 최 대표의 전망이다. 시장이 더욱 커진 것이다.
"말라리아 진단기 하나로 시작··종합 체외진단 기업으로 성장"
◆ "제품 다변화로 지속 성장"

최근에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진단키트 시장 진출에 나서며 또 한 차례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HIV는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을 일으킬 수 있다. 최 대표는 "많은 에이즈 환자들이 이 병에 대한 낙인과 사회적 편견 때문에 HIV 진단을 꺼리고 있다"며 "진단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길수록 검사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해 최대한 간편한 제품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에이즈는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 등 저개발국에서 주로 발생한다. 말라리아 진단키트 판매 지역과 대체로 동일하다. 기존에 판매 기반을 마련해 놓은 지역들이라 HIV 진단키트 판매는 수월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엑세스바이오는 아프리카 HIV 감염국(41개) 중 34개국에서 이미 에이전트를 확보했다.

현재는 WHO의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을 위한 임상실험을 완료했다. 회사측은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매출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G6PD(적혈구 효소결핍으로 인한 빈혈)' 진단키트 납품도 시작했다. G6PD결핍증을 진단하는 소형 바이오센서 제품이다. 엑세스바이오는 올해 아프리카 우간다의 보건부(MOH)와 G6PD결핍증 스크리닝 정책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우간다 보건부에 G6PD 바이오센서를 독점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 인후염(Strep A)과 인플루엔자·뎅기열 바이러스·지카 바이러스 진단키트 등 10여개 제품의 상용화를 완료한 상태다. 지난 2월 경북 고령군에 생산 시설을 구축하면서 대규모 판매를 위한 준비도 마쳤다. 단기 실적 반등은 물론 장기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채비를 갖춘 셈이라고 최 대표는 강조했다.

"약 3년 후부터는 고령공장에서 연간 2억개 규모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됩니다. 뉴저지 현지의 생산 능력을 포함하면 2020년 최대 4억여개 규모의 대량 생산체계를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향후 말라리아 진단키트 대비 마진이 높은 HIV, G6PD, 뎅기열 및 호흡기 질환 등의 진단 제품 판매가 늘면 이익률이 더욱 크게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