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오버파 우승자…다른 선수들은 '너무 어려워' 불만
US오픈의 사나이 켑카 "어려운 코스를 즐겼다"
29년 만에 US오픈 골프 대회에서 2년 연속 챔피언이 된 브룩스 켑카(미국)가 어려운 코스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켑카는 1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사우샘프턴에서 끝난 제118회 US오픈 골프 대회에서 최종합계 1오버파 281타로 이 대회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US오픈에서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한 것은 1989년 커티스 스트레인지 이후 올해 켑카가 29년 만이다.

지난해 US오픈에서 처음 우승했을 때도 '예상 밖 우승'이라는 평을 들었던 켑카는 올해도 우승을 차지한 뒤 비슷한 소리를 들어야 했다.

지난해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 힐스에서 열린 제117회 대회를 제패할 당시 켑카는 무려 16언더파를 치며 우승했다.

켑카가 워낙 예상 밖의 우승자였기도 했지만 일부에서는 '미국골프협회(USGA)가 코스 세팅을 잘못하는 바람에 켑카처럼 마음껏 장타를 휘두르는 선수들이 유리했다'고 평가 절하하기도 했다.

언더파를 치기도 어렵다는 US오픈에서 16언더파로 우승한 것은 2011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이후 켑카가 대회 통산 두 번째였을 정도로 이례적인 스코어인 것이 사실이었다.

올해 대회는 지난해 대회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진행됐다.

시네콕 힐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올해 대회는 우승자인 켑카의 점수가 1오버파였을 정도로 선수들이 코스 공략에 어려움을 겪었다.

오버파 우승자가 나온 것은 2013년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의 1오버파 이후 5년 만이다.

코스 전장이 길지 않은 편이었고, 페어웨이도 좁지 않은 편이라 작년처럼 두 자릿수 언더파 우승자를 예상하기도 했으나 바람이 강하게 불고, 그린 경사나 핀 위치가 까다로웠다.

선수들은 대회 내내 '코스가 너무 어렵다'는 불평을 입에 달고 살았다.

베테랑 필 미컬슨(미국)은 3라운드에서 굴러가는 공을 쫓아가서 칠 정도로 짜증스러워했고, 라파 카브레라 베요(스페인)는 "이런 그린은 경기하기 어려울 정도고 핀 위치 역시 불필요하게 이상했다"며 "USGA가 코스 위에서 우리를 바보로 만들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더블보기 이하의 스코어가 212차례 나왔는데 올해는 362회로 매우 증가했다.

하지만 켑카는 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사실 이번 주는 정신적으로 무너질 정도로 쉽지 않은 코스였지만 그런 것을 즐긴다"며 "보기나 더블보기가 나와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도전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이번 대회의 승자가 된 비결을 밝혔다.
US오픈의 사나이 켑카 "어려운 코스를 즐겼다"
승부처로는 11번 홀(파3)을 꼽았다.

그는 이 홀에서 티샷이 그린을 넘겼고, 두 번째 샷 역시 그린을 지나쳐 벙커로 빠졌다.

벙커에서 시도한 세 번째 샷도 홀에서 약 4m 정도 떨어져 더블보기 위기였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보기로 막아냈다.

켑카는 "한 타를 잃었지만 더블보기까지 각오했던 상황이라 마치 버디처럼 느껴졌다"며 "오늘 이런 상황에서 퍼트가 잘 들어간 것이 승인"이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켑카는 올해 초 손목 부상 때문에 4월 말까지 투어 활동을 하지 못했다.

4월 말 복귀 이후 지난달 포트워스 인비테이셔널 준우승으로 건재를 과시한 켑카는 이번 대회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 318.3야드로 2위에 올라 '장타자'의 면모를 보였다.

퍼트 수도 라운드당 1.65개로 공동 7위를 기록하며 우승자다운 기록을 남겼다.

그는 "US오픈 2년 연속 우승은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라며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다"고 벅찬 느낌을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