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대 졸업생의 취업난을 나타내는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현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취업시장에서도 통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경제에서 인문학과 공학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잘못”이라고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지적했다.

HBR은 “인문학을 전공한 학생은 진로와 관련된 질문을 자주 받는다”며 “이에 대한 답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HBR은 벤처투자자 스콧 하틀리의 책 《인문학 이펙트(The Fuzzy and the Techie)》를 인용해 스튜어트 버터필드 슬랙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창업자, 수전 워치츠키 유튜브 최고경영자(CEO), 마윈 알리바바 CEO 등을 예로 들었다. 정보기술(IT) 혁신 기업을 이끄는 이들의 공통점이 영문학, 철학 등 인문학을 전공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인공지능(AI) 시대 교육의 도전 과제는 AI·컴퓨팅 전문가를 배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AI가 흉내낼 수 없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팀워크, 리더십, 위기 및 분쟁관리 능력 등을 ‘AI 로봇과 경쟁해야 하는 미래’의 인재가 갖춰야 할 역량으로 꼽았다. 과학·기술·공학·수학(STEM)에 예술(art)을 추가한 스팀(STEAM)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정책이 추진되는 이유다.

카네기멜런대에서 개발한 ‘레고 교육’이 스팀 교육의 대표적인 예다. 미국 피츠버그주에 있는 몬투어초등학교는 레고 교육을 접목해 ‘브릭 메이커 스페이스’를 운영한다. 레고 블록을 이용해 학생들이 건축가, 엔지니어, 디자이너, 창작자 등의 시각에서 다양한 문제 해결 및 비판적 사고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방식이다. 3차원(3D) 프린터를 통해 원하는 모형을 바로 찍어낼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교육용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하는 ‘마인크래프트 교육 랩’, 재활용품에 디자인을 더해 가치를 높이는 과정을 교육에 활용하는 ‘업사이클링룸’ 등 새로운 교습법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에릭 브린욜프슨·앤드루 맥아피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저서인 《제2의 기계 시대》를 통해 몬테소리 프로그램을 추천했다. 학생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교육 방식인 몬테소리 교육이 AI 시대에도 통한다는 설명이다. 미국에선 국립예술기금(NEA)을 통해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포함한 예술활동 지원에 1억5000만달러의 예산(2016년 기준)이 사용됐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