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18일 발표한 ‘신(新)북방정책 로드맵’은 4·27 남북한 정상회담과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정부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첫 경협 밑그림이다. 대북 제재 완화 이후 우선 추진할 경협 구상이 총망라돼 있다는 평가다.
◆신의주·나선 경제특구 나온다

신북방정책의 핵심은 정부가 통일부에서 주도해온 기존 ‘한반도 신경제지도’ 전략을 중국, 러시아와의 북방정책과 연계해 발전시킨 것이다. 올 들어 남북과 미·북이 해빙무드로 돌아서면서 북한을 사업 대상에 적극적으로 편입했다는 설명이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접경지역을 산업특구로 지정해 중국·러시아와 공동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남한에 비해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중국 접경 지역인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와 함경북도 나진시 및 선봉군 일대 등이 대상이다. 러시아 접경지인 나진·하산 지역도 유엔 제재가 적용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인프라 사업도 다수 담겼다. 부산을 출발해 북한~러시아 모스크바로 연결되는 ‘한반도 유라시아 철도’ 구상이 대표적이다. 철로를 이용하면 뱃길(43~50일)에 비해 유럽에 도달하는 시간이 20일가량 줄어든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남측 미연결 철로 부분인 동해북부선(강릉~제진)을 조기 착공하기로 했다. 완공되면 부산에서 시작된 철로가 북한 원산과 나진을 거쳐 러시아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이어진다.

◆관광·농업도 북한과 연계

부산과 속초~북한 금강산~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일본 후쿠오카 등을 오가는 크루즈 관광사업도 추진된다. 금강산 관광을 주변국이 함께 참여하는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구상이다. 백두산과 맞닿아 있는 두만강 일대를 국제관광특구로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농업 부문 경협도 주요 의제다. 한국 기업이 종자 기술을 보급하거나 돈을 대 가공과 유통시설을 짓고 러시아와 북한 등의 자원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연해주 지역에 수산물가공 복합단지 조성도 추진한다. 중국과 러시아에서 시작해 북한과 남한, 일본으로 이어지는 전력망 연계사업(동북아 슈퍼그리드)도 담겼다.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북극항로 개발도 가속화한다. 북극항로 정박지로 나진~하산항을 포함하는 방안을 비롯해 러시아 시베리아 자원 개발에도 적극 나선다. 북극항로는 부산에서 출발해 러시아 동쪽 베링해협을 지나 북쪽 북극해를 지나가는 항로를 말한다. 기존 항로에 비해 선박 운항 거리를 30%(7000㎞) 단축할 수 있는 사업이다. 북극항로의 기항지로 북한이 포함되면 중국 동북 3성의 물동량을 기찻길로 옮겨 나진항에서 선적해 유럽 지역으로 나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비핵화 시작도 안 했는데…

정부는 신북방정책 사업 중 북한 관련 부분은 비핵화 진전과 제재 완화를 전제로 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태호 청와대 통상비서관은 “신북방정책의 중요한 요소는 북한의 참여”라며 “다만 지금부터 사업 여건을 미리 조성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미 대화의 진척 수준이나 유엔 제재 해제 등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북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남북 경협에 대한 장밋빛 희망이 쏟아지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북 제재 완화가 선행돼야 비로소 경협을 추진할 수 있는데 너무 앞서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경협을 먼저 추진해야 비핵화의 길이 열린다는 생각이 많이 퍼져 있는 듯하다”며 “비핵화와 경협의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남북 경협을 마치 인센티브 제공 수단처럼 여기는 것 같다”며 “실제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안다”고 말했다.

김우섭/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