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정상회담 이후 중국에서 북한 단체관광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중국이 최근의 한반도 긴장 완화 분위기를 틈타 관광을 넘어 본격적인 대북 제재 해제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8일 중국 여행업계에 따르면 중국 3대 온라인 여행사인 취날은 평양과 판문점 등을 둘러보는 북한 단체관광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취날 사이트엔 판문점과 평안남도를 둘러보는 3박4일 상품을 비롯해 평양과 판문점, 38선, 묘향산 등을 여행하는 3박6일 상품, 평양과 판문점, 조선미술창작사 등을 거치는 5박8일 상품 등이 올라와 있다.

가격은 4000위안(약 68만원)에서 5000위안(약 85만원) 정도다. 회사 관계자는 “16~18명 단위의 단체여행 상품으로 단오절(6월16~18일) 일정은 인기가 많아 모두 판매됐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도 조만간 베이징에서 출발하는 북한 단체관광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 회사는 현재 북한과의 접경 지역인 랴오닝성 단둥에서 출발하는 하루 코스 상품만 운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 조사 결과 베이징에서 출발하는 북한 단체관광 상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씨트립, 취날과 함께 중국 3대 온라인 여행사로 꼽히는 알리바바 여행사업부도 북한 단체여행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에서 출발하는 여행 상품이 나오는 것은 중국 정부가 사실상 북한 관광 제재를 해제한 것이란 해석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에 따른 유엔 대북 제재를 이유로 지난해 11월부터 평양 관광을 금지했다. 그러다가 작년 말 북·중 접경 지역인 랴오닝성과 지린성에 있는 여행사들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중국인의 북한 관광은 유엔 대북 제재 이후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이 사실상 막힌 상태에서 북한에 요긴한 돈줄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북한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이유로 중국 온라인 여행사에서 여전히 한국 단체관광 상품 판매가 허용되지 않고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두 차례 정상회담으로 그간 소원했던 양국 관계가 어느 정도 정상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