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2400선 아래로 추락하면서 투자자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상장사 실적 등을 고려할 때 지수가 큰 폭으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조정을 기회로 삼아 낙폭이 큰 우량주나 저평가주를 중심으로 ‘이삭줍기’를 시작할 때라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들 "저평가 내수소비株로 소나기 피하라"
◆“美 금리인상·北 비핵화가 변수”

증권업계는 18일 코스피지수가 2376.24로 주저앉으며 2350대에 근접한 것에 주목했다. 2350선은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판단 잣대 중 하나인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이 딱 1배가 되는 기준선이기 때문이다. 코스피 PBR이 1배가 안 된다는 것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시가총액이 보유 자산총액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는 얘기다. 코스피 PBR이 1배 미만으로 하락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와 2015년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됐을 당시 정도였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최근 강(强)달러와 미·중 무역분쟁 등 악화된 대외변수가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주 미국 중앙은행(Fed)과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발표 이후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시장에 불안감이 확산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지표와 주요 기업 실적 등 대내 변수의 불안한 흐름이 약세장을 부추겼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달 취업자 수가 크게 감소하는 등 고용지표가 충격적으로 악화된 데다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치 하락으로 비관론이 슬슬 고개를 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의 관심은 증시 하락세가 얼마나 지속될지, 언제쯤이면 반등할 수 있을지로 모아진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강달러를 촉발시킨 미·중 무역분쟁은 북한의 비핵화 플랜이나 체제 인정 문제와 상당히 연관이 깊다”며 “오는 7월27일은 6·25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5주년이 되는 날인데 이날 중국과 남·북·미가 종전선언을 한다면 달러가 약세로 전환하고 증시가 반등하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경제의 실물부문 기초체력은 여전히 안정적이라고 판단한다”면서도 “선진국 금리 인상이 일단락되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정도에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수주로 버티고 IT로 반등 노려라”

전문가들은 향후 투자 전략에 대해서는 다소 상반된 견해를 내놨다.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 반등이 쉽지 않은 만큼 자산배분 차원에서 주식 비중을 줄이고 국고채나 우량한 회사채, 선진국 채권 등을 매입할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비해 양 센터장은 “미국이 10월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7월 말을 기점으로 종전선언과 함께 유엔 제재가 풀리고 경제협력이 본격화되면 매수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며 “매수 관점에서 평소 눈여겨본 종목 중 주가가 과도하게 빠졌다 싶은 우량주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유망 종목으로는 중국 소비주와 내수 관련주,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업종을 추천하는 의견이 많았다. 박 센터장은 “중국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조만간 대책을 내놓으면 화장품 등 중국 관련 소비주가 각광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재중 센터장은 “통신과 유틸리티 업종은 배당수익률이 높으면서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경향이 있다”며 “내수 소비주와 은행, 보험 등 금융주도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김형렬 센터장은 “IT는 이익 전망치 하락이 크지 않은 업종”이라며 “최근 외국인투자자 유입이 다소 주춤하지만 증시가 회복세로 접어들면 가장 유효한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윤 센터장은 “삼성전자는 다음달 2분기 실적이 나온 뒤 실적 전망이 안정화되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형주/임근호/김동현/노유정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