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 진경산수의 대가 겸재 정선이 이런 회연서원의 풍경을 놓칠 리 없었다. 1730년대 중반 경상도 청하(포항 일대) 현감 시절, 성주를 여행하며 무흘구곡의 시작점인 봉비암(鳳飛巖)을 배경으로 서원의 전경에 상상력을 더해 그렸다.
원경의 암산과 근경의 대가천은 간략히 묘사한 채 중앙에 서원을 배치하고 정면이 아니라 측면의 풍경에 역점을 뒀다. 우뚝 솟은 암봉은 도끼로 장작을 쪼갠 듯한 부벽준법으로 그렸다. 암봉 밑에 전나무(檜)를 그려넣어 유생들의 학문적 신념과 올곧은 기상을 은유했다. 그 옆으로 휘돌아 흐르는 대가천(淵)은 물결치는 필선으로 부드럽게 처리해 암봉과 전나무의 아름다운 조화를 꾀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