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중개 등 기존 자본시장 규제를 받지 않아도 돼 보다 손쉽고 ‘핫’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부상한 것이다. 블록체인 산업 성장과 맞물려 ICO 규모도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구동의 일종의 보상 시스템으로 ICO와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구조다.
ICO 전문 분석업체 ‘ICODATA.IO’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ICO 규모는 총 61억달러(약 6조7000억원)에 달했다. 양적 성장세가 ‘빛’이라면 ICO의 질적 부분은 ‘그림자’다. 암호화폐 전문 뉴스사이트 비트코인닷컴은 작년 진행된 ICO의 실패율이 59%였다고 집계했다. 총 902개 ICO를 자금조달 단계에서 실패한 경우 142개, 자금조달 후 실패한 경우 276개, 계획된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준실패’ 113개로 분류했다. 자금조달 후 실패는 이른바 ‘먹튀’ 또는 계획된 사업을 이행하지 못한 케이스에 해당된다.
“모든 ICO의 90%는 실패할 것”이라는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의 비관적 전망이 상당 부분 현실화한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백서(화이트페이퍼)만으로 투자를 유치할 정도로 낮은 ICO 진입장벽은 애당초 높은 성공률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ICO를 앞세워 투자를 유도하는 등 유사수신 행위 가능성과 투기 수요 촉발로 인한 시장 과열 같은 부작용을 들어 ICO를 금지하고 있다.
여기에도 양면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서 ICO를 금지해 소비자 피해를 예방했다는 우호적 관점이 있는 반면 신생 블록체인 기술과 기업의 출현까지 막는 역효과를 냈다는 비판적 관점도 있다. 암호화폐 투기 논란이 일었던 당시 응급 처방으로는 불가피했으나, 이제는 당국이 손 놓고 있지 말고 제도화에 적극 나서라는 ‘제3의 시선’도 존재한다.
이에 시장이 스스로 찾아낸 새 트렌드 중 하나가 리버스(Reverse) ICO라 할 수 있다. 이미 사업을 운영해온 기업들이 암호화폐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실패율을 낮춘다. 리스크(위험)를 줄이고 기존 사업에 블록체인을 접목해 혁신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최근 들어 한층 주목받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선 제도화에 힘쓰며 각종 분야로 ICO가 다변화하는 만큼 거스르기 어려운 추세가 될 것이다. 실패율이 높다고 해서 시도조차 않을 게 아니라 실패율을 낮추는 여러 조치를 마련하고 리버스 ICO도 장려하는 등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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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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