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소프라노 그룹 ‘더 디바스’ 멤버인 강혜정(왼쪽부터) 김순영 김수연 한경미. /마스트미디어 제공
여성 소프라노 그룹 ‘더 디바스’ 멤버인 강혜정(왼쪽부터) 김순영 김수연 한경미. /마스트미디어 제공
네 명의 소프라노가 뭉쳤다. 오페라에 나오는 주역 소프라노들이란 뜻에서 ‘더 디바스’란 이름을 붙였다. 국내 최초의 ‘소프라노 팀’이다. 파바로티, 도밍고, 카레라스가 무대에 함께 선 ‘스리 테너’를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은 국내 정상급 성악가인 강혜정, 김수연, 김순영, 한경미 씨(가나다 순). 이들은 팀 결성을 기념해 다음달 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더 디바스 콘서트’를 연다. 같은 소프라노 음역이지만 모두 다른 개성과 음색, 표현력을 갖고 있어 음악계의 눈과 귀를 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팀 결성을 준비해왔다. 멤버들은 대학 선후배 사이도 있고 각종 공연과 신앙생활을 통해 만난 동료도 있다. 공연 스타일과 일정도 전혀 다른 네 명이 한 무대에 오르게 된 계기는 ‘화음’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다. 소프라노들은 대개 혼자 노래하기 때문에 여러 명이 함께할 기회가 많지 않다. 같은 곡을 함께 부르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다. 더 디바스 결성을 주도한 강혜정 계명대 음악공연예술대 교수는 “방송에서 남성 성악가들이 경연을 벌이거나 그룹 결성이 많아지는 걸 보면서 ‘왜 여자 성악 그룹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며 “서로 다른 음색을 가진 소프라노들이 화음을 내면 얼마나 색다르면서도 아름다운지 꼭 대중 앞에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강혜정은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김수연은 화려한 기교의 콜로라투라로 유명하다. 김순영은 깨끗하고 포근한 음색을 자랑하고, 한경미(명지대 공연예술학과 교수)는 우아하고 품위 있는 목소리를 가졌다는 평가다. 각기 다른 목소리 색깔을 어떻게 맞췄을까. 강 교수는 “모두 따뜻하고 포근한 목소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오히려 화음을 만들기 좋았다”며 “연습하면서 서로의 소리를 듣고 빈자리를 채워주는 과정에서 상대를 배려하고, 더 귀 기울여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더 디바스의 공연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1부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레퍼토리지만 소프라노의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정통 오페라 아리아로 준비했다. 오페라 ‘루이즈’ 중 ‘그날 이후’(김순영), 오페라 ‘디노라’ 중 ‘그림자의 노래’(강혜정), 오페라 ‘노르마’ 중 ‘정결한 여신’(한경미), 오페라 ‘라크메’ 중 ‘그 어린 인도 소녀는 어디로 가는가’(김수연) 등이다. ‘정결한 여신’이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곡이다.

2부는 크로스오버 타임이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를 비롯해 베토벤 가곡 ‘그대를 사랑해(Ich liebe dich)’, 스웨덴 그룹 아바(ABBA)의 ‘댄싱퀸’, 칸초네인 ‘콴도, 콴도, 콴도’, 영가 ‘어메이징 그레이스’ 등을 편곡했다. 강 교수는 “소프라노 네 명이 함께 노래하는 편성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각 곡에 대한 편곡과 서로가 화음을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엔 불가리아 출신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 대구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국내 최초 협동조합 오케스트라인 코리아 쿱 오케스트라가 함께한다. 2부에서는 뮤지컬 배우로 유명한 카이가 특별게스트로 참여해 뮤지컬 ‘팬텀’ 중 ‘그 어디에’와 ‘더 프레이어(기도하는 소년)’를 함께 부른다. 강 교수는 “관객들의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 시작한 공연”이라며 “모든 일정도 ‘나눔’의 마음을 기반으로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더 디바스는 앞으로 국내외 공연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의 일부를 소외된 이웃을 위해 쓸 계획이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