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아우성에… 뒤늦게 인가연장근로 꺼내든 경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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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포비아
"산업기반 무너진다"
경제단체들 '뒤늦은 읍소'
경총 "주52시간제 예외 인정하고 탄력적 근무시간 확대해달라"
대한상의·전경련은 '침묵'
"이대로면 한국서 사업 못해"
인건비 부담에 실적 악화 우려
반도체업계 "인력 구하기도 어려워"
기업 호소에 귀막은 정부
"그동안 준비기간 충분히 줬다
인가연장근로, 입법취지 안맞아"
"산업기반 무너진다"
경제단체들 '뒤늦은 읍소'
경총 "주52시간제 예외 인정하고 탄력적 근무시간 확대해달라"
대한상의·전경련은 '침묵'
"이대로면 한국서 사업 못해"
인건비 부담에 실적 악화 우려
반도체업계 "인력 구하기도 어려워"
기업 호소에 귀막은 정부
"그동안 준비기간 충분히 줬다
인가연장근로, 입법취지 안맞아"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근로시간 단축 시행(7월1일)을 열흘여 앞둔 지난 18일 현실에 맞게 제도를 적용해달라고 정부에 긴급 건의했다. 자연재해 등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인가연장근로 허용 범위를 확대하고 최소 6개월의 계도기간을 인정해달라는 게 골자다. 경영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기업들의 하소연에 부랴부랴 건의서를 마련해 정부에 전달한 것이다.
정부는 경총의 건의를 수용할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다. 이미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줬다는 이유에서다. 경영계에서는 기업의 호소에 귀막은 정부와 시행 직전에야 행동에 나선 경제단체 모두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대로 가면 산업기반 다 무너진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 대부분의 기업이 추가 인건비를 지출해야 한다. 인력을 더 고용하거나 임금 지급액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만 연간 2000억~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일부 기업은 인건비를 연간 10%가량 더 써야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인건비 증가는 경영 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기업 112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기업 중 62곳(55.4%)이 근로시간 단축이 경영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까스로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기업들은 당장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인력 충원도 간단치 않다.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도체업계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문인력 충원을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아직 충분한 인력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시간 단축, 6개월 늦춰달라”
경총은 근로시간 단축 시행 이후 6개월간의 계도기간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주 52시간 근로제를 시행하자마자 단속과 처벌에 나서면 산업현장의 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경총은 “정부는 법시행 후 20여 일의 계도기간을 계획하고 있지만, 개정법이 안착하기엔 부족하다”며 “기업의 신규 채용이 연말과 연초에 집중돼 있는 현실을 반영해달라”고 호소했다.
인가연장근로 허용 범위를 늘려달라는 요구도 전달했다. 인가연장근로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얻어 근로기준법이 정한 최장 근로시간(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석유화학업체의 정기보수 기간에는 담당 근로자가 주당 60시간 이상 일할 수밖에 없는데, 이 같은 경우도 인가연장근로로 인정해달라는 게 경총의 요구다. 현재는 자연재해나 중대 사고가 발생할 때만 인가연장근로가 허용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적용 기간을 늘려달라는 요구도 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최대 3개월 단위로 근무시간을 조정해 주당 평균 52시간을 일하는 제도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하면 에어컨 공장 근로자들은 여름 성수기를 앞둔 5~6월 초과 근무를 하고 7월에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3개월마다 노사가 합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1년으로 늘려달라는 게 경영계의 요구다.
“이제서야 움직이다니…” 불만도
경총의 건의서를 받은 정부의 반응은 단호했다. 김왕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국장은 “근로시간 단축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 이미 4개월이 지났기 때문에 준비기간이 부족했다고 볼 수 없다”며 “현 시점에서 준비가 안 됐다면 계도 기간을 6개월 주더라도 달라질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또 “인가연장근로 적용 대상을 늘려달라는 요구도 근로시간 단축 특례업종을 줄인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일부 기업인은 경제단체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근로기준법이 통과되자마자 경영계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해도 반영될까 말까 한데 이제 와서 건의서를 제출해봐야 정부가 검토할 리 없다는 지적이다.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제도 시행이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에 무언가를 바꿔달라고 정부에 건의해봐야 그게 물리적으로 가능하겠느냐”며 “경제단체들이 제 역할을 못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총은 회장 및 부회장 선임을 둘러싼 갈등에 휩싸이면서 한동안 제 기능을 못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다른 경제단체들도 지금까지 근로시간 단축을 정면으로 비판하거나 제도 개선을 공식적으로 건의한 적이 없다.
■인가연장근로
근로자의 동의를 받은 사용자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얻어 최장 근로시간(300인 이상 사업장은 7월1일부터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로하도록 지시할 수 있는 제도.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기존 유연근무제는 평균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맞춰야 하지만, 인가연장근로로 인정받으면 그럴 필요가 없다.
도병욱/심은지 기자 dodo@hankyung.com
정부는 경총의 건의를 수용할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다. 이미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줬다는 이유에서다. 경영계에서는 기업의 호소에 귀막은 정부와 시행 직전에야 행동에 나선 경제단체 모두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대로 가면 산업기반 다 무너진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 대부분의 기업이 추가 인건비를 지출해야 한다. 인력을 더 고용하거나 임금 지급액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만 연간 2000억~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일부 기업은 인건비를 연간 10%가량 더 써야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인건비 증가는 경영 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기업 112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기업 중 62곳(55.4%)이 근로시간 단축이 경영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까스로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기업들은 당장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인력 충원도 간단치 않다.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도체업계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문인력 충원을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아직 충분한 인력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시간 단축, 6개월 늦춰달라”
경총은 근로시간 단축 시행 이후 6개월간의 계도기간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주 52시간 근로제를 시행하자마자 단속과 처벌에 나서면 산업현장의 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경총은 “정부는 법시행 후 20여 일의 계도기간을 계획하고 있지만, 개정법이 안착하기엔 부족하다”며 “기업의 신규 채용이 연말과 연초에 집중돼 있는 현실을 반영해달라”고 호소했다.
인가연장근로 허용 범위를 늘려달라는 요구도 전달했다. 인가연장근로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얻어 근로기준법이 정한 최장 근로시간(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석유화학업체의 정기보수 기간에는 담당 근로자가 주당 60시간 이상 일할 수밖에 없는데, 이 같은 경우도 인가연장근로로 인정해달라는 게 경총의 요구다. 현재는 자연재해나 중대 사고가 발생할 때만 인가연장근로가 허용된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적용 기간을 늘려달라는 요구도 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최대 3개월 단위로 근무시간을 조정해 주당 평균 52시간을 일하는 제도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하면 에어컨 공장 근로자들은 여름 성수기를 앞둔 5~6월 초과 근무를 하고 7월에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3개월마다 노사가 합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1년으로 늘려달라는 게 경영계의 요구다.
“이제서야 움직이다니…” 불만도
경총의 건의서를 받은 정부의 반응은 단호했다. 김왕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국장은 “근로시간 단축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 이미 4개월이 지났기 때문에 준비기간이 부족했다고 볼 수 없다”며 “현 시점에서 준비가 안 됐다면 계도 기간을 6개월 주더라도 달라질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또 “인가연장근로 적용 대상을 늘려달라는 요구도 근로시간 단축 특례업종을 줄인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일부 기업인은 경제단체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근로기준법이 통과되자마자 경영계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해도 반영될까 말까 한데 이제 와서 건의서를 제출해봐야 정부가 검토할 리 없다는 지적이다.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제도 시행이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에 무언가를 바꿔달라고 정부에 건의해봐야 그게 물리적으로 가능하겠느냐”며 “경제단체들이 제 역할을 못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총은 회장 및 부회장 선임을 둘러싼 갈등에 휩싸이면서 한동안 제 기능을 못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다른 경제단체들도 지금까지 근로시간 단축을 정면으로 비판하거나 제도 개선을 공식적으로 건의한 적이 없다.
■인가연장근로
근로자의 동의를 받은 사용자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얻어 최장 근로시간(300인 이상 사업장은 7월1일부터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로하도록 지시할 수 있는 제도.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기존 유연근무제는 평균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맞춰야 하지만, 인가연장근로로 인정받으면 그럴 필요가 없다.
도병욱/심은지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