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의 효과음이 멀리서는 잘 안 들려요.”

"트롬, 이제 빨래 시작해줘"… LG, 음성인식 세탁기 출시
지난해 말 LG전자 세탁기 개발자들은 시각장애인들과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19일 출시를 발표한 ‘LG 트롬 씽큐 세탁기’(사진)다. LG전자는 자사 제품 중 냉장고에 이어 두 번째로 음성인식 기능을 장착한 이 제품을 개발하면서 시제품을 지난해 10월 전국 15개 시각장애인복지관에 기증했다. 바로 출시할 수 있을 만큼 완벽한 제품이었지만 음성인식 과정에 있을 문제에 대한 의견을 미리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LG전자는 시각장애인들의 의견을 종합해 음성인식 성능을 개선했다. 음성으로 “세탁을 시작하라” 등의 명령을 들었을 때 세탁기가 이를 제대로 인식했다는 효과음을 키운 것이 대표적이다. 원래 1m 거리에서만 들리던 소리를 3m에서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개선했다. 그만큼 음성으로 세탁기와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거리도 늘렸다. LG전자 관계자는 “음성인식이 가능한 거리가 짧으면 손으로 버튼을 누르는 게 더 편할 수도 있다”며 “트롬 씽큐 세탁기는 베란다에 들어서면서 세탁기에 명령을 내려도 제대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트롬 씽큐 세탁기는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날씨 정보를 학습한 뒤 날씨에 맞는 최적화된 동작을 수행하기도 한다. 비가 와서 습도가 높은 날에는 탈수 강도를 높이고,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헹굼 횟수를 늘린다. 세탁기 자체의 상태나 간단한 세탁 방법을 음성으로 안내해 주는 것도 중요한 기능이다. 사용자가 “LG 트롬, 무슨 문제 있니”라고 하면 “세탁조를 세척한 시간이 오래됐습니다”고 답한다. “커피 묻은 옷 세탁 방법 알려줘”라고 하면 “주방세제와 식초를 1 대 1 비율로 섞어 칫솔에 묻혀 닦아주는 방법을 추천해 드립니다”고 알려준다.

음성인식이 가전의 중요한 기능으로 떠오르면서 LG전자는 관련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올 1월에는 각 지역 사투리를 알아듣고 작동하는 에어컨을 내놓기도 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생각지 못했던 사소한 문제가 음성인식 가전 작동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시각장애인들과 LG전자의 협업은 이 같은 문턱을 낮추기 위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