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과 미·중 통상전쟁 등 메가톤급 악재가 이어지면서 코스피지수가 작년 9월 이후 9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 1배 수준(2350)도 붕괴됐다. 외국인투자자가 매물을 쏟아내며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이후 세계 주요 증시 대표지수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조정받고 있다.
'실적 매력' 떨어지는 韓증시… 등돌리는 외국인
◆악재에 더 민감한 한국 증시

19일 코스피지수(2340.11)는 지난 2월9일(2263.77)의 이전 연중 최저점 기록을 경신하면서 작년 9월29일(2394.47) 이후 최저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미국 금리인상 악재가 반영된 14일부터 이날까지 5.2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225(-2.62%), 대만 자취안(-2.40%)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은 Fed가 기준금리를 올린 13일부터 18일까지(현지시간) 1.31% 하락하는 데 그쳤다. 나스닥은 오히려 0.56% 올랐다.

코스피지수가 유독 많이 떨어진 것은 외국인들의 대규모 ‘팔자’ 때문이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1일 이후 6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며, 이 기간 총 1조6976억원어치를 팔았다. 이 기간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삼성전자(1조466억원) LG화학(1673억원) 현대자동차(1448억원) SK이노베이션(1213억원) 등이다.

◆올해 이익 증가율 주요국보다 낮아

전문가들은 같은 악재에 한국 증시가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근본 요인으로 상장사들의 실적 매력이 떨어진 점을 꼽았다. “한국보다 나은 시장이 많은데 외국인들이 굳이 한국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는 분석이다.

작년에는 553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영업이익 합계가 전년 대비 27.1% 증가해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서도 최상위권에 속했다. 작년 각 지수에 속한 기업들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21.2% △미국 나스닥 12.7% △일본 닛케이225 12.7% △프랑스 CAC40 20.3% 등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있는 132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 총합은 46조5020억원으로, 전년 동기(42조5850억원)보다 11.8%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다우지수 및 나스닥 구성 종목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 증가율(각각 34.4%, 27.7%)에 훨씬 못 미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여서 실제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작년 말 50조2776억원이었던 컨센서스 합계는 1분기 말 47조6895억원으로 줄어들었고, 최근엔 46조5020억원으로 더 감소했다.

이런 추세는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관측이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연간 영업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12.1%다. 중국 상하이종합(2018년 예상 증가율 37.9%) 프랑스 CAC40(23.6%) 영국 FTSE100(23.0%) 등의 기업실적 전망이 한국보다 낫다.

◆“낙폭 과대 우량주 주목해야”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요즘처럼 낙폭이 커질 때는 특정 업종이 아니라 평소 눈여겨본 종목 중 과도하게 빠졌다 싶은 우량주 위주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에선 낙폭 과대 우량주에 기관투자가 자금이 몰리면서 주가가 반등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PBR이 1배 미만에 머물고 있는 종목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OCI(영업이익 증가율 165.9%·PBR 0.70배), 롯데지주(149.1%·0.89배) GS건설(119.4%·0.86배) 현대중공업지주(108.7%·0.63배) SK이노베이션(108.3%·0.98배) 등이 이 같은 기준에 맞는 종목으로 꼽힌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