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하반기부터 국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에서도 시중은행과 같은 희망퇴직제가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임금피크 기간에 지급하는 급여 전액을 희망퇴직금으로 한꺼번에 줄 수 있도록 관련 규정 개정이 추진되고 있어서다.

금융공기업 희망퇴직자, 잔여기간 급여 전액 준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9일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금융공공기관도 희망퇴직금을 늘려 희망퇴직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관련 부처의 의견이 모아졌다”며 “이를 위해 관련 지침 등을 조속히 개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청와대와 협의해 기획재정부에 적극 건의했으며 기재부가 사실상 이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금융공공기관에도 희망퇴직제가 도입돼 있지만 희망퇴직을 하는 직원은 거의 없다. 임금피크 대상이 돼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임금피크제 기간(5년) 급여의 45%만 희망퇴직금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은 정부가 정한 인건비 상한선이 있어 희망퇴직금을 늘려주고 싶어도 늘릴 수가 없다. 공공기관 중에서도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의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시중은행은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임금피크 기간 급여보다 많은 돈을 희망퇴직금으로 받는다. 이 때문에 임금피크 대상이 되면 대다수가 희망퇴직을 신청한다.

정부 관계자는 “시중은행에는 희망퇴직이 활성화돼 있어 청년 채용이 많지만 금융공공기관은 반대”라며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을 고쳐 금융공공기관도 희망퇴직 신청자에게 임금피크 기간 급여 총액의 90~100%가량을 일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공공기관 직원이 임금피크 대상이 되더라도 희망퇴직을 꺼리는 것은 희망퇴직을 선택하면 급여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 해의 연봉이 1억원인 금융공공기관 직원이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면 향후 5년간 2억5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면 적용 이전과 비교해 연간 평균 50%의 연봉을 지급받기 때문이다. 이 직원이 임금피크제 대신 희망퇴직을 선택하면 1억1125만원(2억5000만원×45%)을 희망퇴직금으로 받는다.

정부의 지침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 직원은 임금피크제 잔여기간 받을 수 있는 전액인 2억5000만원을 희망퇴직금으로 일시 지급받을 수 있게 된다. 통상 시중은행이 퇴직 직전 월급 100%의 36개월치를 희망퇴직금으로 지급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큰 차이가 없다.

금융공공기관은 정부의 이 같은 지침 개정안을 환영하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산업은행에서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 직원 60명 중 희망퇴직을 선택한 직원은 한 명도 없다. 총 41명이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인 수출입은행도 전원 임금피크제를 선택했다. 시중은행의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 중 실제로 임금피크제를 선택한 직원들이 10%대에 머무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는 희망퇴직자가 늘어나는 만큼 청년들을 위한 신규 일자리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은행들을 대상으로 퇴직금 수준을 높여서라도 희망퇴직을 늘려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금융위원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청와대도 정부의 이 같은 지침 개정에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청년 일자리 채용을 위해 금융공공기관 희망퇴직금 확대는 필수적”이라면서도 “다른 공공기관으로의 확대 여부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