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CEO의 절규
靑 청원게시판에 호소…김기영 성창E&C 사장 인터뷰
해외 건설현장 수백억대 지체보상금 물어야
추가 채용으로 인건비 더 오르면 수주 못해
집중근로 후 장기휴가 사라져…근로자도 불만

◆“회사도, 근로자도 모두 불만”
김 사장은 해외 건설공사 파견 근로자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은 현장을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국내 산업 현장뿐 아니라 해외 사업장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에게도 적용된다.

그는 공기를 맞추기 위해 해외 파견 근로자를 늘리면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 수주 경쟁력이 약해지고 공사 효율성도 떨어진다고 했다. 김 사장에 따르면 성창E&C가 한국인 근로자 1명을 증원하려면 월급여(1000만원·보험료 포함)와 현지생활비(500만원) 등 15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든다. 80여 명의 한국인 근로자가 일하고 있는 파드힐리 현장에서 주 52시간을 지키려면 30여 명 이상을 충원해야 한다. 한 달 추가 인건비로만 4억5000만원이 필요하다. 지금도 중국 업체들보다 공사비가 20~30%가량 비싼 편인데, 인건비가 더 오르면 수주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게 김 사장의 얘기다. 그는 “한국인 근로자 추가 파견은 사우디 정부의 고용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도 까다롭다”며 “전문 영역이 나뉜 건설현장은 제조업 생산 라인과 달리 교대로 일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김 사장은 해외 파견 근로자의 근무 환경이 더 열악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통상 한국인 근로자들은 3~4개월가량 집중적으로 작업한 뒤 2주일가량 휴가를 받아 한국에 들어오는데, 주 52시간 체제와 현행 탄력근로제(노사 합의 때 최장 3개월 가능) 아래서는 이런 근무 방식이 불가능해진다. 그는 “근로시간이 줄어든다고 해서 사막 한가운데에서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길 근로자들이 있겠느냐”며 “누구를 위한 근로시간 단축이냐”고 반문했다.
◆“산업별 특수성 감안해야”
정유·화학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년 365일 가동하는 정유·화학 공장은 1~2년에 한 번꼴로 1개월가량의 정기보수 작업을 한다. 이 기간 근로자들은 주당 80~100시간 일한다. 국내 정유·화학 공장 건설 공사에도 참여하고 있는 김 사장은 “1년에 1개월 활용하기 위해 인력을 추가 채용하기는 힘들다”며 “정기보수 기간을 늘리면 그만큼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손실이 불어난다”고 지적했다.
성창E&C는 국내 중견 플랜트 건설업체로는 드물게 매년 신입사원을 뽑고 있다. 올해는 16명을 채용했다. 2012년엔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김 사장은 “건설업체는 일감(수주)이 없으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수십 년간 동고동락한 직원들도 눈에 밟히지만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신입사원들은 어떻게 하느냐”며 고개를 숙였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