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수박 세균 오염 줄이려면… "껍질 깨끗이 씻고 자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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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씻고 자른 수박 랩 씌우면 7일 만에 세균 3천배 증식
"조각 수박이 세균 오염에 더 취약할 수도" 먹다 남은 수박은 어떻게 보관해야 할까?
수박에 비닐 랩을 씌워 보관하면 세균 오염 우려가 크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가정에서 수박을 잘게 잘라 용기에 넣어 냉장 보관하는 경우가 흔하다.
시중에는 조각 수박 전용 용기까지 등장할 정도다.
실제 랩으로 포장한 반쪽 수박이 조각 수박에 비해 세균 오염에 취약하다는 점은 실험으로 입증된 바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2015년 실험 결과에 따르면 씻지 않은 채 자른 수박 반쪽을 랩으로 포장해 7일간 냉장 보관한 결과, 랩에 닿은 표면부의 일반 세균수 최대치는 42만CFU/g으로 자른 직후 초기 세균 농도(140CFU/g)의 3천배에 달했다.
이는 배탈·설사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수치다.
반쪽 수박 표면부의 7일간 평균 세균 수는 5만1천CFU/g이었고, 표면을 약 1cm 잘라 낸 심층부의 7일 평균 일반세균 수는 초기 농도의 약 583배인 7천700CFU/g이었다.
이에 비해 수박 과육을 깍둑썰기한 뒤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한 경우 7일 평균 일반세균 수치가 초기 세균 농도의 3.5배 수준인 500CFU/g이었다.
이는 랩으로 포장한 반쪽 수박 표면부 7일 평균 세균 수치의 100분의 1 수준이다.
일반세균은 식품 제조공정상 위생관리 수준을 판단하기 위한 지표 미생물로, 세균수가 100만CFU/g 이상이면 부패가 시작될 수 있어 식품 제조·보존 및 유통 등의 위생관리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원의 실험은 외부 오염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멸균한 칼과 도마를 사용했고, 식중독균이 존재하지 않는 냉장고에서 일정한 온도(4℃)를 유지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일반 가정에서는 조리도구의 위생상태가 미흡할 수 있고, 냉장고의 온도 유지가 힘든 데다 다른 음식물 등으로 교차오염이 발생할 수 있어 세균 오염이 더 심할 수 있다.
소비자원은 "수박은 당도가 높아 세균증식이 용이한 만큼 절단한 경우 가급적 당일 섭취하고, 남은 수박은 랩으로 포장하는 것보다 조각내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는 것이 낫다"며 "랩으로 포장해 냉장 보관한 수박은 표면을 최소 1cm 이상 잘라 내고 섭취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소비자원의 이런 실험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수박을 밀폐용기에 넣어 공기를 차단하면 미생물 증식이 어려워지긴 하지만, 칼질을 여러번 하는 조각 수박이 반통 수박보다 세균 오염에 훨씬 취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전용재 부경대 미생물학과 교수는 "자르기 전 수박의 초기 온도와 오염도 등 여러 요인을 더 엄격하게 통제하고 반복 실험을 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결국 수박의 세균 오염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자르기 전 껍질을 세척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수박은 토양에 닿은 채 자라기 때문에 껍질이 세균에 오염될 소지가 크다.
소비자원의 실험에서 랩으로 포장한 반쪽 수박과 조각 수박 모두 냉장 보관 1일이 지난 뒤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는데, 별도로 진행된 수박 껍질 표면 검사 결과 일부 수박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된 점에 비춰 수박을 칼로 자르는 과정에서 껍질에 있던 균이 과육에 옮겨붙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독일연방위해평가원이 2013년 작성한 멜론류 세균 오염 위험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수박을 비롯한 멜론류를 자르기 전 그냥 씻는 것보다 솔로 문질러 씻을 때 세균 제거 효과가 높았고, 2.5%로 희석한 과산화수소 용액에 씻는 것도 세균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흐르는 물에 세제를 써서 오염물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며 가정에서 식초를 희석한 물로 씻기도 하지만 식초량이 적어 산도가 낮으면 효과가 없다고 덧붙였다.
자른 수박을 상온에 방치하지 않고 바로 냉장 보관하는 것도 중요하다.
독일연방위해평가원 보고서에 따르면 멜론 과육 조각에 있던 살모넬라균과 리스테리아균은 20℃의 상온에서 두 시간 만에 두 배로 증식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보관온도가 높을수록 증식에 걸리는 시간은 짧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자른 뒤 2시간 이상 상온에 방치된 멜론류는 버리라는 것이 평가원의 권고다.
냉장고에 넣기 전 자른 수박의 온도도 세균증식에 영향을 끼친다.
오상석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여름철 상온에 있던 수박은 30℃ 이상으로 온도가 높을 수 있는데 이런 상태에서 자른 수박은 냉장고에 넣어도 온도가 떨어지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냉장고 안에서도 세균증식이 일어날 수 있다"며 온도가 높은 수박은 식힌 뒤 잘라 냉장 보관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용기에 담아 판매하는 조각 과일에 대한 세균 최대 허용치 등 위생 기준은 있지만, 랩으로 포장한 반쪽 수박에 대한 위생 기준은 없어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재란 소비자원 식의약안전팀장은 "랩으로 포장한 반쪽 수박은 자르기 전에 표면을 깨끗이 씻도록 판매업체에 권고하는 한편 판매 기간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조각 수박이 세균 오염에 더 취약할 수도" 먹다 남은 수박은 어떻게 보관해야 할까?
수박에 비닐 랩을 씌워 보관하면 세균 오염 우려가 크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가정에서 수박을 잘게 잘라 용기에 넣어 냉장 보관하는 경우가 흔하다.
시중에는 조각 수박 전용 용기까지 등장할 정도다.
실제 랩으로 포장한 반쪽 수박이 조각 수박에 비해 세균 오염에 취약하다는 점은 실험으로 입증된 바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2015년 실험 결과에 따르면 씻지 않은 채 자른 수박 반쪽을 랩으로 포장해 7일간 냉장 보관한 결과, 랩에 닿은 표면부의 일반 세균수 최대치는 42만CFU/g으로 자른 직후 초기 세균 농도(140CFU/g)의 3천배에 달했다.
이는 배탈·설사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수치다.
반쪽 수박 표면부의 7일간 평균 세균 수는 5만1천CFU/g이었고, 표면을 약 1cm 잘라 낸 심층부의 7일 평균 일반세균 수는 초기 농도의 약 583배인 7천700CFU/g이었다.
이에 비해 수박 과육을 깍둑썰기한 뒤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한 경우 7일 평균 일반세균 수치가 초기 세균 농도의 3.5배 수준인 500CFU/g이었다.
이는 랩으로 포장한 반쪽 수박 표면부 7일 평균 세균 수치의 100분의 1 수준이다.
일반세균은 식품 제조공정상 위생관리 수준을 판단하기 위한 지표 미생물로, 세균수가 100만CFU/g 이상이면 부패가 시작될 수 있어 식품 제조·보존 및 유통 등의 위생관리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원의 실험은 외부 오염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멸균한 칼과 도마를 사용했고, 식중독균이 존재하지 않는 냉장고에서 일정한 온도(4℃)를 유지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일반 가정에서는 조리도구의 위생상태가 미흡할 수 있고, 냉장고의 온도 유지가 힘든 데다 다른 음식물 등으로 교차오염이 발생할 수 있어 세균 오염이 더 심할 수 있다.
소비자원은 "수박은 당도가 높아 세균증식이 용이한 만큼 절단한 경우 가급적 당일 섭취하고, 남은 수박은 랩으로 포장하는 것보다 조각내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는 것이 낫다"며 "랩으로 포장해 냉장 보관한 수박은 표면을 최소 1cm 이상 잘라 내고 섭취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소비자원의 이런 실험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수박을 밀폐용기에 넣어 공기를 차단하면 미생물 증식이 어려워지긴 하지만, 칼질을 여러번 하는 조각 수박이 반통 수박보다 세균 오염에 훨씬 취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전용재 부경대 미생물학과 교수는 "자르기 전 수박의 초기 온도와 오염도 등 여러 요인을 더 엄격하게 통제하고 반복 실험을 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결국 수박의 세균 오염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자르기 전 껍질을 세척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수박은 토양에 닿은 채 자라기 때문에 껍질이 세균에 오염될 소지가 크다.
소비자원의 실험에서 랩으로 포장한 반쪽 수박과 조각 수박 모두 냉장 보관 1일이 지난 뒤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는데, 별도로 진행된 수박 껍질 표면 검사 결과 일부 수박에서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된 점에 비춰 수박을 칼로 자르는 과정에서 껍질에 있던 균이 과육에 옮겨붙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독일연방위해평가원이 2013년 작성한 멜론류 세균 오염 위험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수박을 비롯한 멜론류를 자르기 전 그냥 씻는 것보다 솔로 문질러 씻을 때 세균 제거 효과가 높았고, 2.5%로 희석한 과산화수소 용액에 씻는 것도 세균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흐르는 물에 세제를 써서 오염물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며 가정에서 식초를 희석한 물로 씻기도 하지만 식초량이 적어 산도가 낮으면 효과가 없다고 덧붙였다.
자른 수박을 상온에 방치하지 않고 바로 냉장 보관하는 것도 중요하다.
독일연방위해평가원 보고서에 따르면 멜론 과육 조각에 있던 살모넬라균과 리스테리아균은 20℃의 상온에서 두 시간 만에 두 배로 증식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보관온도가 높을수록 증식에 걸리는 시간은 짧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자른 뒤 2시간 이상 상온에 방치된 멜론류는 버리라는 것이 평가원의 권고다.
냉장고에 넣기 전 자른 수박의 온도도 세균증식에 영향을 끼친다.
오상석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여름철 상온에 있던 수박은 30℃ 이상으로 온도가 높을 수 있는데 이런 상태에서 자른 수박은 냉장고에 넣어도 온도가 떨어지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냉장고 안에서도 세균증식이 일어날 수 있다"며 온도가 높은 수박은 식힌 뒤 잘라 냉장 보관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용기에 담아 판매하는 조각 과일에 대한 세균 최대 허용치 등 위생 기준은 있지만, 랩으로 포장한 반쪽 수박에 대한 위생 기준은 없어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재란 소비자원 식의약안전팀장은 "랩으로 포장한 반쪽 수박은 자르기 전에 표면을 깨끗이 씻도록 판매업체에 권고하는 한편 판매 기간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