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회장 경찰 출석 /사진=연합뉴스
황창규 KT회장 경찰 출석 /사진=연합뉴스
황창규 KT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신청이 기각된 가운데 KT를 향한 지나친 정치적 외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T는 일찌감치 민영화됐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교체되는 수난을 겪고 있는 데 따른 지적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20일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수사가 필요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더 수사하도록 지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황 회장 등은 2014년 5월부터 작년 10월까지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사들인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상품권깡' 수법으로 비자금 11억5000여만원을 조성해 이 가운데 4억4190만원을 불법 정치후원금으로 쓴 혐의를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자금 공여자 측 공모 여부에 대해 다툼이 있다"며 "수사가 장기간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금품수수자 측인 정치인이나 보좌진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경찰이 신청한 사전구속영장은 기각됐으나, 황 회장에 대한 경찰의 추가 수사가 남았다. 5G(5세대 이동통신)와 관련된 대규모 신규 투자를 앞둔 KT에게는 CEO 리스크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황 회장의 경찰 수사를 두고 황 회장을 물러나게 하기 위한 정권 차원의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해석이 나오는 이유는 KT가 정권이 바뀔때마다 CEO가 교체된 전례가 있어서다. 황 회장의 수사에 대해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02년 민영화 이후 KT를 이끌었던 수장들은 정권 교체 시기와 맞물려 퇴진하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이용경 전 사장만이 2005년 임기 만료 후 물러난 게 고작이다. 공통점은 임기를 채운후 이사회의 인정을 받아 연임을 하는 중간에 일이 불거진다는 점이다.

민영화 KT의 2기 CEO로 2005년 선임된 남중수 전 사장은 2008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납품업체 선정 및 인사 청탁 등 비리 혐의로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사임했다.

이석채 전 회장도 마찬가지다. 이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2012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이후 여러 잡음에 시달렸다. 이 전 회장은 결국 배임과 횡령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임기를 2년 남기고 사임했다. 이 전 회장은 최근 4년여의 재판 끝에 혐의 모두를 무죄 선고 받았다.

황 회장의 수사에 대한 온갖 의혹도 이같이 반복되는 KT의 CEO 리스크 탓이다. 기업이 불법을 저지른 부분에 대해서는 처벌을 받는게 당연하지만, 수사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CEO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더구나 KT의 불안한 지배구조가 이러한 수난사를 반복시키고 있다. KT의 지분은 단일 주주로는 국민연금이 10.94%를 가지고 있다. 사실상 국민연금이 KT의 최대 주주다. 정부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란 말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권 교체시기마다 반복되는 CEO 리스크가 KT의 발전을 막고 있는 주요 요소 중 하나다"며 "대규모 투자를 앞둔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CEO 퇴진에 대한 압박을 받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다시 짚어봐야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