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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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자회사인 SK플래닛이 운영하던 11번가를 신설법인으로 분리 운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투자 심리가 달아오르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기업 가치를 높일 호재라고 평가하고 있다.

20일 오전 3시10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SK텔레콤은 전날보다 8000원(3.4%) 오른 24만3500원에 거래중이다. 지난 19일 SK플래닛은 이사회를 열고 11번가를 인적분할하는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히면서 이날 장 초반부터 주가가 뛰었다.

SK그룹은 e커머스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SK텔레콤 자회사인 SK플래닛이 운영하던 11번가를 신설법인으로 분리 운용하기로 했다. 11번가를 신설법인으로 떼어내 시시각각 바뀌는 쇼핑 트렌드에 발맞출 수 있는 가볍고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SK플래닛의 직원은 1600명이며 이 중 900여 명이 11번가 소속이다. 신설법인은 9월1일 출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H&Q코리아 등으로부터 11번가에 총 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H&Q코리아는 11번가의 성장 잠재력을 크게 봐 기업가치를 2조원 이상으로 평가했다. SK텔레콤은 향후 11번가를 '한국형 아마존'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1번가는 투자 유치를 못 받았을 경우 SK텔레콤의 직접 유상증자에 대한 압박이 예상됐기에 금번 투자 건은 SK텔레콤과 외부 투자자의 니즈를 모두 만족시켜주는 '굿 딜(Good Deal)'로 평가된다"며 "외부 투자자 입장에서도 11번가는 성장 산업에서의 시장 지배적 사업자, 3%의 보장 수익률 등은 매우 매력적인 투자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11번가는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등 '뉴(New)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한 획기적인 서비스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신선식품·패션 등 영역으로 오픈마켓을 확장하는 한편 간편결제인 '11pay' 확대도 추진한다. 또 다양한 유통사들과 제휴를 통해 차세대 e커머스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보여줄 방침이다.

최 연구원은 "투자 유치 성사 후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11번가의 수익성 확보와 BGF리테일과의 제휴 시너지 창출로 이를 통해 2~3년 후 기업공개(IPO)까지 연계 시킬 수 있다면 통신, 반도체 외에 온라인 커머스라는 성장 동력에 대한 인정을 100%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뉴스는 SK텔레콤의 기업 가치를 5~10% 가량 높일 수 있는 호재"라고 평가했다.

이번 투자로 기존에 시장에서 우려 요인으로 제기되던 11번가 매각 가능성도 줄었다고 금융투자업계는 평가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의 11번가 육성 의지가 확고한 만큼 매각은 고려 대상이 아니며 추가적인 투자 유치 노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다.

장민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매각 대신 성장을 택한 딜"이라며 "높은 성장성을 가진 사업을 저평가된 상태로 매각하는 대신 투자 유치 후 고성장 사업을 지속하고자 결정한 것"이라고 봤다. 이어 "분할 후 11번가의 시장가치를 제대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 SK텔레콤 기업가치에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정지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일반적으로 SK플래닛 지분가치를 장부가에서 일부 할인을 적용한 1조원 수준으로 평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H&Q코리아의 11번가 2조3000억원 기업가치 평가는 대주주 SK텔레콤 주가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