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미륵사는 7세기 백제 무왕 대에 창건돼 조선시대까지 유지됐던 사찰이다. 1980~1994년 시행한 발굴조사를 통해 전체적인 규모와 가람 배치의 특징 등이 밝혀졌다. 미륵사지 석탑은 원래 미륵사에 있었던 3개의 탑 중 서쪽 영역의 탑으로, 현존 석탑 중 최대 규모다. 백제 목조건축 기법이 반영된 독특한 양식으로 주목받았다. 목탑처럼 2800여 개의 석재를 짜 맞춘 형태로, 석탑 양식의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로 평가된다.
석탑은 조선시대 이후 상당 부분이 훼손된 채 6층 일부까지만 남아 있었다. 1915년 조선총독부가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훼손된 부분에 콘크리트를 덧씌웠으나 오히려 원형을 훼손했다는 비판과 함께 더 항구적이고 철저한 수리 및 복원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문화재위원회가 석탑의 해체·수리를 결정한 것은 1998년 구조안전 진단 결과 문제점이 드러난 뒤였다. 건립 당시 원형인 9층까지 복원할지를 놓고 논란이 치열했으나 6층까지만 부분 복원하기로 했다.
보수를 마친 석탑은 그야말로 환골탈태한 모습이다. 흉물스럽던 콘크리트 땜질 부분을 완전히 걷어내고 다양한 부재의 아름다움을 되살렸다. 또한 원래 없었던 덮개돌을 최상단 옥개석 뒤쪽을 지지해주기 위해 추가했다. 석탑 하단 중앙의 심주석에는 사리장엄구를 원래대로 봉안했다.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는 단일 문화재로는 최장 기간에 걸쳐 체계적으로 수리한 사례다. 2001년 고유제를 지낸 뒤 해체에만 꼬박 10년이 걸렸다. 이후 수습한 유물은 학술조사와 보존처리 과정을 거쳐 최근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연구소는 오는 12월 완전한 모습의 석탑을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