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중 이틀째인 20일 베이징의 중국 농업과학원과 철도 인프라 기업을 시찰했다. 김정은 전용차를 포함한 차량 일행은 이날 오전 8시30분께 영빈관인 댜오위타이에서 나와 농업과학원으로 향했다. 김정은은 최신 농업기술을 소개하는 전시관을 40~50분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수경재배 실험실을 갖춘 농업과학원을 시찰한 것은 최대 현안인 식량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인 것이란 분석이 많다. 지난 3월 첫 번째 방중 때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을 찾은 데 이어 이번에 농업과학원을 방문한 것에 비춰 김정은이 농업 발전과 정보기술(IT)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농업과학원은 지난달 중국 개혁·개방 현장을 시찰하기 위해 방중한 북한 노동당 고위급 참관단이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당시 중국은 북한 참관단에 농업과 과학기술, 인문 분야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댜오위타이로 돌아온 김정은은 오후 2시30분 베이징인프라시설투자공사(BII)를 찾았다. 이 회사는 베이징시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출자해 만든 국유기업으로 철도 등 인프라 시설의 투자·융자·관리를 맡고 있다. 역시 지난달 북한 참관단이 방문한 곳이다.

김정은이 이곳을 방문한 것은 향후 중국횡단철도(TCR) 등 인프라 건설 협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횡단철도는 서울~평양~신의주를 거쳐 단둥, 베이징에 이르는 남북한과 중국을 잇는 철도다.

김정은의 3차 방중 수행단에 북한 경제정책을 맡고 있는 박봉주 내각 총리와 박태성 노동당 부위원장이 포함돼 관심을 끌고 있다. 내각 총리가 김정은을 수행해 해외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봉주는 경제사령관 역할을, 박태성은 교육과 과학기술 분야를 맡고 있다. 그런 점에서 두 사람이 수행한 건 북·중 경제협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오전과 오후 시찰 사이 점심시간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부부와 댜오위타이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 김정은은 BII를 나와 곧바로 주중 북한대사관을 찾아 직원들을 격려한 뒤 오후 5시 서우두공항에서 전용기인 ‘참매 1호’를 타고 평양으로 돌아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김정은의 세 번째 방중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북·중 관계 발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밝혔다. 인민일보 해외판은 1면 전체를 김정은의 방중 내용으로 채웠고 사설을 통해선 “북·중 간 세 차례 정상회담은 전통 우호 관계를 이어가고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는 이정표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방중 사실을 곧바로 공개한 것은 세계를 향해 강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김정은 방중이 조기 공개된 것은 미·북 회담으로 북한의 국제적 위상이 한 단계 올라가고 이에 따라 김정은의 자신감도 커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