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주요국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시중금리가 급등하면 은행의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2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국내 은행의 건전성 점검을 위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했다. 국내 은행들이 시중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 등 대외 충격에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시장금리 3%P 이상 오르면 은행 건전성 빨간불"
테스트 결과 국내 시중금리가 2019년 말까지 2017년 말 대비 2%포인트 상승하면 국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15.2%에서 14.4%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3%포인트 오르면 13.7%까지 하락했다.

한은은 경기 충격이 발생해 올해와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이 각각 1.3%, 1.2%가 되는 상황도 가정했다. 이 경우 BIS 비율은 14.3%로 낮아졌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각각 -0.5%, -0.6%가 되는 ‘심각한 경기 둔화’ 상황에서는 BIS 비율이 13.2%까지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시중금리가 3%포인트 이상 큰 폭으로 상승하거나 경기 둔화 충격이 발생하면 국내 은행의 BIS 비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일부 은행은 최저 규제비율(10.5%)을 밑도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비(非)은행 금융회사 중에선 보험회사가 시중금리 상승에 특히 취약했다. 내년 말까지 시중금리가 3%포인트 오르면 지급여력(RBC) 비율이 2017년 말 257.9%에서 104.5%로 큰 폭으로 하락하고 상당수 보험회사가 감독기준(100%)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빚을 갚을 능력이 매우 취약한 이른바 고위험 가구는 1년 새 3만4000가구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3월 기준 고위험 가구는 전체 부채 가구의 3.1%인 34만6000가구로 집계됐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