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20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정의당의 20대 국회 3기 원내대표로 선출된 노회찬 원내대표(왼쪽)의 예방을 받고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20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정의당의 20대 국회 3기 원내대표로 선출된 노회찬 원내대표(왼쪽)의 예방을 받고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6·13 지방선거 후폭풍으로 후반기 국회 원(院) 구성이 난항을 겪으면서 ‘국회의장 없는 제헌 70주년’을 맞이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 구성을 위한 여야 협상이 기약 없이 늦춰져 6월 임시국회도 본회의 한 번 열지 못한 채 회기를 종료할 위기에 처했다.

여야는 지방선거가 마무리된 지 1주일이 지난 20일에도 원 구성 협상을 하지 못했다. 6월 국회를 정상 가동하려면 국회의장단 선출, 상임위원회 배분 등 원 구성이 이뤄져야 하지만 선거에 참패한 야당은 당수습에 여념이 없다.

개점 휴업상태가 길어지면 당장 시급한 법안이 가로막힐 수밖에 없다. 여당은 4·27 남북한 정상회담 결과물인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반도 평화 문제를 논의할 남북특별위원회 구성을 야권과 하루빨리 논의하기 위해 마음이 급하다. 민갑룡 경찰청장 내정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도 남아 있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이 책임있는 자리에 있다면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며 “수습은 수습대로, 국회 정상화는 정상화대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그러나 선거 참패로 인한 충격을 수습하는 것만으로도 벅차 원 구성 협상은 뒷전이다. 한국당 측은 “내홍을 수습하기 전까지 원 구성에 나서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바른미래당도 당장 원 구성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은 원 구성 협상의 마지노선을 다음달 17일 제헌절로 예상했다. 아무리 늦어도 헌법정신을 기리는 제헌절까지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에 하나 국회의장 선출 절차가 기약없이 지연되면 국회의장 공백 상태로 제헌절을 맞이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국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원 구성 협상에 들어가더라도 국회의장단 선출과 상임위원장 배분 및 상임위 구성을 놓고 여야 5당의 의견이 제각각이어서 치열한 샅바 싸움이 펼쳐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국회의원 재·보선 압승으로 원내 1당(130석)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한 기세를 몰아 국회의장 사수는 물론 청와대를 소관기관으로 둔 국회 운영위원장 탈환을 노리고 있다.

한국당은 민주당에 국회의장 자리를 쉽게 내줄 수 없는 것은 물론 운영위원장, 법사위원장도 사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도 국회부의장, 상임위원장 자리 등을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예고했다. 바른미래당은 국회부의장 2명 가운데 1명은 물론 의석 수에 따라 2곳의 상임위원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평화당과 정의당이 꾸린 교섭단체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은 보수 야당이 국회부의장 두명 자리를 모두 가져가서는 안 되는 것은 물론 상임위원장도 두 곳은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