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점입가경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중국도 즉각 “미국산 자동차 등 659개 품목에 25% 관세를 매기겠다”고 맞불을 놨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미국은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추가 보복을 선언했다.

세계 1, 2위 경제대국이 일종의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양국이 공언대로 실제 무역 보복에 나설지는 확실하지 않다.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 수출품 500억달러어치에 25%씩의 관세만 주고받아도 두 나라 모두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각각 0.1~0.2%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말 폭탄’이 무역전쟁으로 현실화할지는 두고봐야겠지만, 통상분쟁이 실제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제조업에 이어 IT산업에서도 빠르게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가 강해서다.

문제는 한국이다. 전체 수출에서 두 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육박한다. 중국 수출물량 중 중간재 비중이 80%다. 미국이 관세를 물려 중국산 수입이 10% 줄면 한국의 대중 수출은 282억달러 감소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해 대중 수출의 20%에 달하는 금액이다.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자칫 한국만 등 터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정부가 그저 ‘강 건너 불’처럼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