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협상, 불완전한 윈-윈 수반…훈련 잠정 중단, 축소·제거 아냐"
문정인 "북미회담 패자 없어… 남북미 '완전 비핵화=CVID' 인식"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 등 특정국이 유리한 결과를 얻은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문 특보는 19일(현지시가)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는 어떤 패자도 없었다'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북미정상회담 후 북한이 승자였다는 일각의 평가는 잘못된 것이라면서 전쟁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갈리지만, 외교에서는 흑과 백처럼 명확한 결론이 나오는 경우가 드물다고 먼저 지적했다.

문 특보는 "(외교란) 점수를 내는 대신 양쪽 모두가 수용 가능한 합의물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상대적으로 얻은 것의 차이는 있겠지만, 외교적 협상은 대체로 불완전한 윈-윈 결과를 수반한다"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 회담이 바로 그랬다"며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북한은 미국과의 새로운 관계와 체제 보장을 각각 확약받았다"고 밝혔다.

나아가 문 특보는 4월 판문점 선언에 포함된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 문제가 이번 북미회담에서 재확인됐다는 점에서 한국 역시 이득을 봤다고 봤다.

또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중단됐다는 점에서는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을 주창한 중국 역시 승자라고 평가했다.

문 특보는 "싱가포르에서는 어떤 패자도 없었으며,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특보는 이번 북미정상회담 결과물인 공동성명에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라는 표현과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이 포함되지 못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지만, 이는 북한 비핵화 추진 과정에서 본질적 문제가 아니라고 평했다.

그는 "이는 실패의 사인으로 간주할 수 없다"며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때도 남북 정상은 CVID 이슈와 관련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지만, 그들은 CVID 대신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쓰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CVID'가 2003년 미국과 리비아 간 협상 때 만들어진 용어라는 점에서 북한은 이를 일방적인 무장 해제의 의미로 받아들이며 극도로 민감하게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 남한,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가 'CVID'와 동의어라는 공통된 인식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인 북한 비핵화 일정이 나오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도 첫 정상 간 만남에서는 일반적인 틀이 합의되는 것이라면서 향후 실무회담을 통해 방법과 시기 등의 구체적인 합의가 뒤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에서 대화가 진행 중인 동안에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한 것과 관련, 문 특보는 "잠정 훈련 중단이 이런 훈련의 축소나 제거로 이해돼서는 안 된다"며 "훈련 중단이 동맹과 전투준비태세에 끼치는 영향도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