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불가 이유는 '유승민과 친해서', '유승민 선거 도와서'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의 최측근인 장성철 전 보좌관이 '보수의 민낯, 도전 2022'라는 책을 통해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내에서 벌어진 공천 비화를 소개했다.

장 전 보좌관은 당시 당 대표였던 김 의원을 지근거리에서 도왔던 인물로, 지난 3월부터는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21일 장 전 보좌관의 저서에 따르면 공천을 앞둔 2016년 2월 24일께 청와대와 연락책을 자처했던 A씨가 김 의원을 찾아왔다.

그는 당시 당 대표였던 김 의원에게 '청와대의 뜻'이라며 공천을 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의 명단을 불러줬다고 한다.

당시 정치권을 뒤흔든 이른바 '새누리당 살생부' 논란의 시발점이다.

장 전 보좌관은 "이재오 의원을 필두로 유승민·정두언·김용태·조해진·김세연·김학용·김성태·박민식·홍지만 의원 등등의 이름이 있었던 것 같다"고 기억했다.

그는 "A는 '이재오는 당과 정체성이 맞지 않아서, 조해진은 유승민 원내대표 때 원내수석을 했기 때문에, 김세연은 유승민과 친해서, 홍지만은 유승민 선거를 도와서'라는 어이없는 답변을 했다"고 적었다.
김무성 측근, 2016년 총선 '새누리 공천 살생부' 비화 공개
그는 "'이재오 의원이나 김용태 의원 지역구에 다른 사람을 공천하면 누가 경쟁력을 갖고 이길 수 있냐'는 물음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다른 이야기 안 하고 말 잘 듣는 충성스러운 80~90명의 의원만 당선되면 좋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라고 전해왔다"고 했다.

이 같은 내용은 '명단'에 오른 정두언 전 의원에 의해 언론에 폭로됐고, 친박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책임론'에 당시 대표였던 김 의원은 당 대표 사과와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정성 저해금지 등을 약속하는 곤욕을 치렀다.

장 전 보좌관은 비례대표 후보 공천 과정에도 청와대가 깊숙이 개입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특히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었던 한 인사가 당초 명단에는 있었는데 실제 발표에는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

밤사이 한 최고위원이 본인이 영입한 인사가 선정되도록 작업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한마디로 20대 총선 비례대표 공천은 청와대와 이한구 등 공천에 있어 권력을 휘두르던 인사들의 '내사람 심기의 한마당'이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한구 공관위원장과 친박계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5개 지역 공천안'에 도장 찍기를 거부하며 김 의원이 벌였던 이른바 '옥새 투쟁'은 장 전 보좌관을 비롯한 참모진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한편, 장 전 보좌관은 인터넷에서 논란이 됐던 김 의원의 '노룩패스' 사건과 관련해 김 의원을 옹호하기도 했다.

그는 "장난꾸러기 무대(김무성 의원의 별명)가 또 장난을 치셨구나라고 생각했지 '갑질' 국회의원으로 매도당할 줄 몰랐다"며 "무대는 권위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20여년간 정치권에 몸담으면서 겪은 일들과 함께 당시 작성했던 각종 보고서, 언론을 대하는 원칙 등을 담은 장 전 보좌관의 책은 22일 시중에 출간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