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로 위기 몰렸을 때…손 잡아준 농협銀 덕에 기사회생
비오는 날 우산 빼앗지 않는 은행들 좀 더 많아졌으면…"
폐업 위기에 내몰렸던 한 중소기업 사장이 최근 이대훈 농협은행장에게 보낸 편지의 한 대목이다. 이 행장은 편지를 읽은 뒤 버리지 않고 서랍 깊숙이 넣어 뒀다. A4용지 세 장 분량의 이 편지에 두고두고 기억해야 할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이유에서다.
편지를 쓴 주인공은 패러글라이더를 만드는 진글라이더의 송진석 사장이다. 송 사장은 1998년 창업 이래 가장 힘든 순간으로 2016년을 꼽으면서 편지를 시작했다. 개성공단에 생산공장을 뒀던 진글라이더는 2016년 개성공단 폐쇄로 약 50억원어치의 시설과 원부자재를 놔둔 채 쫓겨났다. 한때 세계 패러글라이더 시장 점유율 60%까지 꿰차던 시절을 뒤로하고 폐업을 고민하는 신세가 됐다.
송 사장은 편지에서 “너무 화가 나고 억울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은행을 원망한 순간도 있다고 했다. 재무신용도가 떨어지자 수십 년간 거래해오던 은행들은 앞다퉈 대출금 상환을 요청했다. 그는 “기업이 잘나갈 때는 서로 자기 은행의 자금을 쓰라고 권유하다가 회사가 어려워지니 안면몰수하더라”고 말했다.
송 사장은 여기저기 하소연을 하다가 지난해 6월 농협은행을 소개받아 한숨을 돌렸다고 전했다. 이때 진글라이더는 농협은행 기업고객부의 회계사와 면담하고 2주간 컨설팅을 받았다. 농협은행은 이 회사가 2016년 2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음에도 영업이익 8억원을 올린 데 주목했다. 영업가치 자체는 나쁘지 않으니 재무신용도를 끌어올리면 앞으로 생존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조언이 뒤따랐다. 이에 구입 당시 농지였던 본사 토지를 재평가받아 회사 자산으로 편입해 부채비율을 낮췄다. 평균 연 7%대였던 대출금 35억원가량의 금리를 연 3.3%까지 낮춰주는 대환대출도 받았다. 그 결과 진글라이더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12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안정을 되찾았다.
송 사장은 거듭 감사 인사를 전하며 중소기업 성장 과정에서 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소기업 사장들은 대부분 생산과 영업에만 힘쓸 뿐 재무관리에는 익숙하지 않다”며 “재무 신용도로 회사를 평가하는 은행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좀 더 본질적인 가치를 평가해주는 곳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농협은행은 제2, 제3의 진글라이더 사례가 나오도록 중소기업 경영 컨설팅 및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