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보유주식 전량을 롯데지주 주식으로 맞바꿨다.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을 해소하고 신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신동빈 회장, 롯데지주 지분 10% 넘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 회장은 롯데지주의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에 참여, 롯데지주 신주 248만514주를 취득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의 롯데지주 보유주식은 980만3027주(지분율 8.63%)에서 1228만3541주(10.47%)로 늘었다.

신 회장은 신주 취득 대가로 현금 대신 보유하고 있던 롯데제과 주식 34만6469주(9.07%)와 롯데칠성 4만5626주(5.71%)를 롯데지주에 현물로 내줬다.

이번 유상증자는 지주사의 행위제한 요건을 맞추기 위해 진행됐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 20%, 비상장 자회사 지분 4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작년 10월 출범한 롯데는 롯데제과 지분 11.5%, 롯데칠성 지분 19.3%를 보유하고 있어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롯데지주는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주주들을 상대로 지난달 말부터 전날까지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당초 3110억원어치 신주 533만6883주를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롯데지주 주가(21일 종가 5만6300원)가 신주 발행가(5만8273원)를 밑돌아 청약률은 54.9%에 그쳤다. 발행 신주(293만323주)의 대부분은 신 회장이 받아 갔다. 롯데지주는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지분율을 각각 21.3%와 26.5%로 높였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이번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행위제한 요건을 해소하고, 신 회장의 지배력을 높였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오는 29일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법원에 보석을 신청한 상태다.

신 회장은 20일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에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될 경우 한국 롯데에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며 “보석이 어렵다면 국내에서 전화로라도 제 입장을 주주들에게 설명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법원은 주총 이전에 보석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롯데물산 롯데케미칼 롯데건설 등 롯데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한 호텔롯데 최대주주로, 한국 롯데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신 회장이 이사에서 해임되면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가 사실상 분리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롯데 관계자는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를 연결할 수 있는 고리는 총수밖에 없다”며 “일본 주주들을 설득하려면 신 회장이 주총에 반드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