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항공과 관광 분야를 중심으로 대북 제재를 잇따라 풀고 있다. 최근 석 달 새 세 차례나 열린 북·중 정상회담으로 양측의 밀월관계가 깊어지면서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대북 제재 완화는 없다’는 국제 공조도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베이징 외교가에 따르면 중국 산시성 시안 시정부 당국은 최근 북한 평양을 연결하는 항공노선을 오는 7월 개통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9~20일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기간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북한 고려항공은 베이징과 선양, 상하이, 청두에 이어 시안까지 총 5개 중국 노선을 확보하게 됐다.

특히 산시성의 성도인 시안은 시 주석의 고향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산시성에는 시 주석의 부친 시중쉰 전 국무원 부총리의 묘소도 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이 북한과 정기항로를 추가 개설하는 것은 향후 대규모 경협을 대비한 것이자 북·중 관계 정상화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시안 내 중국 여행사들도 북한 단체관광 상품을 대거 판매하기 시작했다. 중국인들의 북한 관광은 유엔 대북 제재 이후 수산물과 섬유, 천연자원 등 각종 수출이 모두 막히면서 사실상 북한의 유일한 ‘외화벌이’ 역할을 해 왔다. 특히 최근 남북한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이 연이어 열리면서 중국 내에서 북한 관광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대북 제재 완화 조짐은 이미 예고돼 왔다. 중국 국영항공사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은 지난 6일부터 베이징~평양으로 떠나는 주 3회 정기 노선 운항을 재개했다. 지난해 11월21일 평양행 노선 운항을 중단한 뒤 6개월 만이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11일 “북·중 국경지역인 랴오닝성 단둥시 일대의 무역업자들이 북한산 석탄 주문을 하거나 밀수입을 시도하고 있다”며 북한의 석탄 수출을 금지한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이 무력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도 5년 만에 집단체조를 재개하며 관광 수입을 올리려 하고 있다. 집단체조는 최대 10만 명의 인원을 동원해 체조와 춤, 카드섹션 등을 벌이는 대규모 공연이다. 북한의 정권 홍보 및 체제 결속 수단이자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대표적인 볼거리로 꼽힌다. 베이징에 사무실을 둔 북한 전문 여행사인 고려여행사는 지난 18일 “북한의 새로운 집단체조 공연 기간이 정권수립일인 9월9일 시작해 같은 달 30일까지로 확정됐으며, 10월 초까지 연장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대북 제재 완화나 해제 문제는 한반도 핵문제 진전에 따라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폐기 조치에 대해 “북한이 지금 하는 것은 동결 단계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또 쌍중단(한·미 군사훈련과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동시 중단)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철수, 주한미군 주둔 반대 등의 입장을 재강조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