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케이블 기획·개발을 담당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최정화(왼쪽부터), 노민구, 장두희, 이승복 씨.  /삼성전자 제공
매직케이블 기획·개발을 담당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최정화(왼쪽부터), 노민구, 장두희, 이승복 씨. /삼성전자 제공
삼성 QLED TV는 지난해 TV 주변기기의 복잡한 선을 하나로 통합한 혁신적인 케이블을 선보였다. 올해는 아예 TV 전원선까지 합쳐 훨씬 안정적인 케이블로 거듭났다. 삼성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에서 ‘매직케이블’을 개발한 상품기획 담당 노민구 씨, 커넥티비티 개발 최정화 씨와 이승복 씨, 파워 개발 담당 장두희 씨를 만나 개발 과정을 들어봤다.

소비자 목소리에 귀 기울인 혁신 기술

TV 주변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복잡한 케이블은 TV 시청 시 몰입을 방해하거나 TV 주변의 인테리어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소비자 조사 결과도 절반 이상이 이와 같은 점을 개선점으로 꼽았다. 복잡한 선들로 지저분했던 TV 주변을 더 깨끗하게 하고, TV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위해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매직케이블 담당자들이 모였다.

삼성전자가 2018년 새로운 매직케이블을 선보이면서 가장 주력한 점은 TV 주변기기의 선을 하나의 케이블로 대체했던 솔루션에서 더 나아가 따로 분리돼 있던 TV 전원선까지 선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었다. 상품기획 담당 노민구 씨는 “작년 ‘인비저블 커넥션’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선보였던 케이블 솔루션보다 심미적인 요소를 더 중시해 거의 보이지 않는 디자인에 집중했다”며 “올해 새로운 매직케이블을 기획하면서는 설치 방문 기사님들을 따라 가정 집을 방문해 소비자들이 이 케이블을 실제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더 가까이 살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별개로 연결된 두꺼운 TV 전원 케이블을 가리기 위해 기존에 해오던 방식대로 몰딩을 사용하는 집이 더러 있었다”며 “TV 주변 공간에 진짜 자유를 주기 위해서는 어렵지만 TV에 연결되는 모든 케이블을 하나로 합치는 게 답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공간과 디자인에 가치를 더한 TV

매직케이블 덕분에 QLED TV는 공간 제약 없이 설치할 수 있게 됐다. TV는 항상 ‘전원 소켓 근처’나 ‘연결해야 하는 주변 기기 근처’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기본 5m에 별매로 15m 길이까지 선택이 가능한 매직케이블을 이용해 별도 멀티탭을 연장할 필요 없이 투명한 매직케이블로 집안 어디에나 자유롭게 TV를 배치할 수 있고,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소비자는 원하는 어느 공간에든 TV를 자유롭게 배치해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공간을 연출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매직케이블이 공간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사용성을 갖출 수 있게 된 것은 차별화된 기술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특히 TV 전원선과 데이터 송수신 선을 하나로 합치는 시도는 새로운 도전이었기에 더욱 어려움이 많았다. 기존에 연결 기기마다 각각 다른 케이블로 전달됐던 고화질·고음질 데이터는 하나의 케이블에서 더 빠르고 정확하게 오고 가야 했고, 고압의 TV 전원은 데이터 송수신을 방해하지 않고 안전하게 전달돼야 했다.

이를 위해 매직케이블 개발팀은 광통신 기술에 고속 신호처리 기술 등을 적용해 TV에 전달되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게 했다. TV 전원선과 고속 신호 통합에 따른 통신 데이터 에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년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독자적인 에러 정정 기술까지 적용했다. 커넥티비티 담당 최정화 씨는 “올해 새롭게 도입한 매직케이블은 어떤 선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시도였다”며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노하우를 어떤 식으로 적용해야 하는지, 또 어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 고민과 어려움이 많은 프로젝트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직케이블 팀 역시 TV를 사용하는 하나의 소비자로서 그동안의 고민에 대해 공감하고 이 어려움을 반드시 풀어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TV를 통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돼 큰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안전성 입증하는 ‘UL 마크’ 획득

데이터 송수신 케이블과 TV 전원케이블을 하나로 합치기로 결정하면서 또 하나 해결해야 할 숙제는 ‘소비자가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안전할 수 있는가’였다. 제품의 개발 초기 단계부터 상품기획부서와 개발부서가 협업해 어떻게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지 솔루션을 고민했다. 이를 대외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하기 위해 많은 시간 투자와 노력을 기울였다.

파워 개발 담당 장두희 씨는 “매직케이블은 소비자 안전을 위해 여러 가지 기술들이 집약된 제품”이라며 “과전류 차단 회로 설계나 절연 설계 등을 통해 소비자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앴으며 피복 소재도 내구성 좋은 테프론 소재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TV 전원 케이블과 데이터 케이블을 하나로 합친 케이블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종류의 케이블이었다. 이 때문에 안전 규격 인증을 받는 것조차 매우 까다로웠다. 기준 규격이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매직케이블 팀은 개발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안전 규격 기관인 UL과 이 새로운 케이블의 안전성을 철저하게 검토하기 위해 새로운 규격을 고안했다. 그 결과 마침내 까다롭고 복잡한 안전 규격을 모두 통과해 ‘UL 인증’을 받고 세상에 나오게 됐다.

커넥티비티 담당 이승복 씨는 “UL은 굉장히 많은 규격이 있기 때문에 인증 획득이 쉽지 않은데다 매직케이블은 기존 시장에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기에 정해진 규격이 없어 더욱 어려웠다”며 “UL 인증을 획득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매직케이블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매직케이블 담당자들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세밀한 부분까지 다시 살펴보며 이전에는 고려 대상이 되지 않았던 작은 부분도 전체적인 TV 경험을 전혀 다르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깨달음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