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골든브리지'… 미·북 정상회담 '협상의 기술'
‘트력제’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최근 인터넷에 임진왜란 때 명군을 보내 조선을 도와준 명나라 만력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합친 트력제라는 용어가 돌고 있는 등 트럼프 대통령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모든 협상학 책에는 ‘골든브리지’라는 협상 전략 개념이 소개돼 있다. 골든브리지는 말 그대로 ‘황금다리’라는 말이다. 약자나 을이 강자나 갑의 요구에 시달리다 못해 협상의 일방적 파기를 주장하며 협상장을 떠날 때, 나중에 갑이 협상장으로 다시 돌아오도록 갑을 위해 명예롭게 황금다리를 만들어 놓고 협상장을 떠나라는 말이다. 판을 깰 것 같이 위협해서 협상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약자의 협상 전략으로 많이 소개된다. 왜냐하면 황금다리가 없으면 갑은 그 위치상 입장상, 협상장으로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미국의 AT&T와 휴대폰 구매 협상을 하는데 도저히 가격이 맞지 않아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떠나면서도, 만일 “당신이 이 가격을 받아들이면 우리가 매장 전시와 매장 직원 교육은 해 주겠다”는 제안을 남겨 AT&T에 여지를 두는 것이다. 이 전략의 장점은 첫째는 갑이 협상장으로 되돌아왔을 때 상대적으로 갑에 대해 을이 주도권을 질 수 있게 해 주고, 둘째는 최악의 경우 갑이 협상장으로 돌아오지 않아도 ‘정말 을도 최선을 다했구나’라는 인식을 통해 인간관계는 남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 훌륭한 을의 협상 전략으로 소개된다.

최근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협상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특히 북한의 벼랑 끝 전술과 이를 다루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학,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협상 내용과 그가 쓴 《거래의 기술》이라는 책까지 소개되면서 관심은 더 커지고 있다. 얼마 전 끝난 미·북 정상회담 성사 과정에 트럼프 대통령이 바로 골든브리지 협상 전략을 사용했다. 갑자기 편지를 공개하면서 “당신을 몹시 만나고 싶었지만 슬프게도… 회담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고 말하며 회담 취소를 선언했다. 그러면서도 미·북 정상회담을 재추진할 여지는 남겼다. 그는 “정상회담과 관련해 마음이 바뀌면 주저하지 말고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를 보내달라”고 했다. 굉장히 정중한 문구였고, 마지막에는 또 “세 명의 (미국인) 억류자를 풀어준 것은 아름다운 제스처였으며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명백한 골든브리지 전략이었다. 다른 것은 을이 아니라 갑이 그 전략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골든브리지'… 미·북 정상회담 '협상의 기술'
미·북 정상회담 결과도, 명나라 만력제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도와주었는지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오히려 확실한 것은 협상학 관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갑인데 을처럼 행동할 수 있는 사람, 어떤 원칙도 선례도 합의도 버릴 수 있는 사람. 아직도 미국과 많은 협상을 앞두고 있는 우리 상황에서 ‘트력제’는 조심스럽다. 《거래의 기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 “테이블에서 언제 일어설지를 명심하고 있어라”를 우리도 명심해야 한다.

전창록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