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건설 지원 외에 군사교류·내부통제 방안도 논의한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세번째 만남에 배석한 인물의 면면으로 향후 북중 협력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홍콩01망 등 중화권 매체는 북중 양국이 이번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회동에 각각 내보낸 고위층 진용으로 미뤄 북중 양국의 향후 협력이 경제건설은 물론이고 군사 교류와 체제안정책 전수로 확대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이중에서도 지난 19일 정상회담 직후 예술공연 등을 곁들여 진행된 연회에 회담 배석자 외에 추가로 초청된 인사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 궈성쿤(郭聲琨) 중앙정법위원회 서기 등이 추가로 참석했고, 북측에서는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박태성 노동당 부위원장, 노광철 인민무력상 등이 초청됐다.

이중에서도 향후 북중 협력방향과 관련해 북측의 박봉주 내각총리와 노광철 인민무력상, 중국 측의 왕치산 국가부주석과 궈성쿤 중앙정법위 서기가 주목됐다.

북한내 개혁파로 여겨지는 박봉주 총리는 현재 내각을 통솔하며 김정은 정권의 경제정책 실행을 관장하는 인물이다.

박 총리와 함께 최근 중국의 개혁개방 성과를 둘러보고 갔던 박태성 노동당 과학·교육 담당 부위원장이 연회에 참석한 것은 이번 방중 의제에 북중간 경제협력 문제가 포함돼 있음을 시사한다.

이들은 중국의 개혁개방 및 경제발전 노하우를 확보해 북한이 새롭게 내건 '경제건설 총력' 노선을 적극 추진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경제건설 노선 추진에 필요한 우선적인 대북제재 완화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노광철 인민무력상의 참석은 북중 협력이 군사 분야에서 본격적인 교류로 이어질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북한군내 온건파로 꼽히는 노광철 무력상은 북미 정상회담 직전 교체 투입된 인사로 이번 김 위원장 수행은 중국과의 군사 협력 채널을 재확보하라는 주문으로 읽힌다고 홍콩01망은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환영연회에서 "중국 동지들과 한 참모부에서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고 20일 시 주석과의 단독회동에선 북중 양국의 '전략·전술적 협동'을 강조했다.

중국측 궈성쿤 중앙정법위 서기의 참석은 북중 협력이 체제안정 분야까지 확대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중앙정법위 서기는 중국의 사법, 공안, 정보공작을 총괄하는 직책으로 최근에는 중국내 사이버 통제로 잘 알려져 있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는 기간에 국내의 체제안정과 내치 관리를 확보할 노하우를 중국으로부터 벤치마킹하겠다는 의도가 궈 서기의 돌연한 연회 참석에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진핑 체제의 '실세'로 외교 분야를 총괄하는 왕치산 국가부주석의 연회 참석은 정상 국가간 관계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북중관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 직책 없이 국가부주석 직책을 맡고 있는 왕치산은 북중 정상회담에는 배석하지 않았고 연회에만 참석했다.

대신 중국 공산당의 이데올로기 담당 상무위원인 왕후닝(王호<삼수변+扈>寧)과 당 대외연락부 부장인 쑹타오(宋濤)가 김 위원장 마중을 맡고 회담, 연회에 모두 참석했다는 점은 양국관계에서 여전히 당대당 관계가 우선시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를 놓고 중국이 김 위원장의 이번 3차 방중 사실을 즉각 공개하며 양국 관계를 일반적인 국가간 관계로 전환하려 하면서도 여전히 당대당 관계를 내세워 '같은 사회주의 진영 혈맹'으로서 북한과의 결속을 과시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중국이 회담 배석자로 당 직책인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정부 직책인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모두 배석시킨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 인사의 배석 외에도 김 위원장은 이번 3차 방중에서 중국농업과학원 국가농업과학기술혁신원을 시찰하는 것으로 중국과 첨단농업 분야에서 협력할 뜻을 내비쳤다.

또 베이징의 지하철 운영시스템을 직접 살펴보고 대중교통 분야에서 중국의 발전상을 배우고 협력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연합뉴스